2002년 1월 19일 토요일
Battery Park에서 차이나타운까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낭만적인 일이지만 도보 투어를 하는 일행에게는 성가시기도 했다. Jerry 할아버지는 공원 내의 미국의 역사 유적에 대해서 한참 설명했는데 관심이 없어서 제대로 듣지 않았다.
City Hall Park에 갔는데 가스등이 이채로웠다. Jerry 할아버지는 공원 내의 나무 밑둥치 주변의 흙이 짙은 회색인데 무엇인 줄 아는지 일행에게 물었다. 거름인가 했는데 사실은 World Trading Center의 잔해라고 했다. 그리 멀리 떨어지진 않았지만 여기까지 시멘트 먼지가 쌓여있을 줄은 몰랐다. 이 곳에서 Jerry 할아버지와 친한 듯한 흑인 관리인의 열변을 들었다. 9월 11일 테러와 관련해서 부시 대통령을 비판하고 뉴요커들의 의지는 결코 꺾이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뉴요커들의 자부심을 잘 알 수 있었다.
공원을 나와서는 네덜란드인의 미국 개척 역사(후에 영국인들에게 쫓겨날 때까지의)와 당시 인디언의 복식 등을 전시하고 대리석으로 멋지게 장식된 내관의 Custom House를 거쳐서 World Trading Center 부근을 아직도 정비하는 공사 현장으로 갔다. 장막에 가려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트럭에 실리는 부서진 잔해와 무역센터 근처에 있는 바람에 덩달아 파손된 건물들을 보니 9월 11일 테러가 정말 날벼락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주변에서는 희생자들의 유품이 한 곳에 모여 있어서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었고 노점에서는 무너지기 전의 멀쩡한 World Trading Center 사진을 많이 팔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무역센터와 그곳에 연결되었던 시설들을 보지 못해서 안타까워했고 이 때부터 Jerry 할아버지는 테러에 비중을 많이 두어서 얘기했는데 (희생자들의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는 것, 소방관과 경찰이 Hero로 불리는 것 등) 아침을 못 먹고 점심때를 훨씬 넘긴 시점의 나는 그 얘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뿐만이 아니라 같이 다니는 한국인 부부도 “배고파.”를 연발했고 소재도 역시 점심을 먹는다는 차이나타운에는 언제 가는지 궁금해했다.
Gas Lamp 사진출처: http://www.evanizer.com/photos/photopages/cityhallpark3.html
Custom House 사진출처: http://hydra.gsa.gov/pbs/pc/ds_files/awards/1994/hamltn.htm
맞다. 이 둥근 내관이 인상 깊었었다. 잊어버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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