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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의연한 과학자가 쓴 <사람의 자리>

by wizmusa 2019. 10. 11.
사람의 자리 - 10점
전치형 지음/이음

한국 현대사에서 학자가 양심을 지키기는 커녕 적극적으로 영혼을 판 사례는 파도 파도 계속 나온다. 사사오입 개헌, 4대강은 어용 과학자가 활약한 것으로도 유명한 사례다. 물론 양심을 소중히 하는 학자는 많으며 <사람의 자리>는 그러한 학자가 쓴 책이다.

물은 모르겠는데 사람 보고 기분 나쁜 때는 있다.

책은 무난하게 공감하기 좋은 주제로 시작한다. 인공지능과 일자리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불안한 면이 있어 혜안을 듣고 싶어하는 주제이다.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 사려 깊게 면면을 풀어낸 이야기르 보면 독자는 전치형 작가를 신뢰하게 된다. 그러다가 쉽게 넘기지 못할 주제에 맞닥뜨린다. 전치형 작가는 세월호를 비롯한 한국사회에서 일어난 비극을 오롯이 설명하고자 감정을 누른 듯하다. 직시하기 어려운 사안을 다루면서도 '전달'에 최우선을 두고자 애를 썼다고 본다.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가 옳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감정을 소모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전치형 작가는 한국사회에서 보기 드물게 어른이라는 모습을 보였다. 본받고자 한다.

특기할 만한 부분을 하나 더 들고 싶다. 작가는 발전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첨단기술을 대하는 자세를 제언한다. 인공지능같이 마법처럼 느껴지는 게 최근 기술 발전상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전치형 작가가 정리한 소회를 바톤 받듯 이어 받아 자기 생각으로 완성하길 바란다. 우리 사회에서 어디론가 휩쓸려 밀려가지 않고자 길을 찾는 사람에게 <사람의 자리>는 놓치면 아까운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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