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가는 비행기 자리에 앉았다. 67D 복도 쪽. 화장실 가는 사람들 때문에 시끄러워서 자기 불편하다는 제일 뒤쪽 자리다. 오늘 처음으로 본 이쁜 스튜어디스가 가르쳐준 자리다. 옆에는 딸아이와 함께 탄 중국인 어머니가 앉아 있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앉아 보니 두 모녀는 비행기 여행에 익숙한 듯 자리를 잡자마자 신발부터 벗고 그림을 그리며 놀았다.
밤하늘을 날고 있자니 마치 우주선을 타고 가는 것 같다. Bird view forward에서는 별만 보인다. 옆자리의 아기는 이륙하자마자 자고 있다. 나도 자볼까 했는데 선뜻 잠이 오지 않는다.
한국시간이다. 날짜변경선 지나기 전 오호츠크해를 지나고 있는 상태다. 뉴욕 현지시간은 8:00am. 뉴욕까지 9시간 남았다. 사람들이 화장실 옆이자 내 자리 옆인 조금 빈 공간에서 놀고 있다. 어떤 백인 할아버지는 이륙 후 상승이 끝나자마자 이곳에 줄곧 서 있더니 다른 중국인 커플은 약간의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다. 나도 슬슬 일어서 볼까.
“10000미터 상공. -50℃ 1014 km/h 목적지까지 8519km”라는 네비게이션 안내가 왠지 재미있게 느껴졌다.
허공을 날고 있는 비행기 안에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자 왠지 바닥이 쿵쿵 울리도록 제자리에서 뛰어보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한국시간. 날짜변경선을 지났다. Local time은 어떻게 될까? 17일이려나? 베링해를 지나고 있다. 목적지까지는 4700km.
두 번째 터뷸런스가 있었다. 미미했던 첫 번째와는 달리 월미도의 디스코팡팡 같은 놀이기구처럼 위아래로 마구 흔들리는 통에 잠에서 깼다. 문득 옆에서 잘 자고 있는 아이를 보니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있다. 급한 김에 일단 붙잡고만 있는데 그제야 아이 어머니도 깨어서 안전벨트를 찾아 묶어주었다. 그 소동을 겪었는데도 아이는 세상 모르고 잠만 잘 자고 있었다. 배짱 좋은 녀석. 네비게이션을 보니 5시간 정도 남았다. 시계를 뉴욕 시간인 12:09pm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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