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 18일 금요일
뉴욕식 길 건너기.
아침 산책을 하던 도중에 차가 다니지 않더라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신호등은 무시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보행신호가 켜지기를 기다리던 나만 바보가 되고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미국 영화 중에서 한 가톨릭 신부가 그래도 신부님 앞이라고 보행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뉴욕에서 신호등 지키는 사람이 어디 있냐?” 면서 무단횡단을 주동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난 이것이 바로 그런 맥락이라고 잠정적으로 결론짓고 돌아오는 길에는 그냥 건너 다녔다.
한국에서는 운전자의 잘못으로 사람을 쳐도 보행자가 충격으로 횡단보도 바깥으로 튕겨나가게 되면 불리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미국은 보행자가 우선이기 때문에 빨간 불에 보행자가 다녀도 차가 멈춰야 한다. 실제로 뉴요커들이 그 정도로 신호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고 차만 다니지 않는다면 경찰이 있든 없든 신호와 상관없이 건널 수 있는 것이 이 곳의 규칙이다. 그래서 이들은 차가 없으면 신호등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내가 본 바로는 신호등은 상관하지 않아도 횡단보도는 준수하고 있었다. 대체로.
***
위에서 얘기한 영화는 바로 Keeping the face다.
어릴적부터 죽마고우로 지내온 미모의 캐리우먼에게 빠진 유대교 랍비와 천주교 신부의 가슴앓이를 그린 로맨틱 코메디. 배우 에드워드 노튼의 감독 데뷔작이며, 주연을 겸했다.
라는 영화인데 TV의 영화정보 프로에서만 보고 실제로 영화를 보진 못했다.
어쨌든 오른쪽 그림과 같은 신부님이라면 무단횡단을 선동한다 해도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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