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박찬호!
그가 한국에 있었다면 내 관심 밖의 인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지역에서 뛰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만을 믿고 기약 없는 모험을 감행했기에 야구에 별 애착이 없는 나 같은 사람도 그의 소식을 궁금해 하고 뉴스에 뜰 때마다 클릭을 하고 있다.
그를 필두로 유망 신인들이 해외로 러시하는 바람에 한국 프로야구가 재미 없어졌든 어떻든 난 그가 그의 날개를 펼치고 있는 것이 기분 좋다.
비록 그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최근조차도 나보다는 훨씬 부자이지만 돈을 지금보다 더 벌기를 바라고 김병현 보다 박찬호에게 마음이 쓰이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더욱 간절하다. 변화구 컨트롤이 잘 안 돼서 오늘은 힘으로 밀어부쳤다는 김병현의 말에 대견해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뭔가 기죽은 듯한 박찬호의 모습이 겹쳐져 안타까운 맘이 든 적도 있었다.
"김병현 세이브 했다더라." (박찬호는 지금 어떻지?)
"최희섭 홈런 쳤대." (박찬호는 오늘 좀 던졌나?)
사람들은 나를 포함하여 박찬호에게 많은 기대를 건다. 이제는 그가 출발을 한 시기보다 훨씬 많은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그건 그거고 박찬호는 박찬호다 라는 식으로 박찬호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왜일까? 시작다운 시작을 해본 행운아이면서도 온갖 장벽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그의 처지를 보면 현실에서 악전고투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어어일까? 박찬호가 기침만 해도 난리법석을 떠는 언론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에게 적잖은 부담일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박찬호. 난 그가 좀 더 초연하길 바란다. 그가 사람들의 기대를 어떻게 생각하든 투구를 하는 팔이 부러져 못 쓰게 되지 않는 한 사람들은 오늘도 그에게 기대를 걸 것이다.
그냥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털어버릴 것은 털어버리고 훨훨 날아라.
더 이상 고개 숙인 모습은 싫다. 무사 만루가 되든 타석에 누가 서든 홈런을 맞든 고개 빳빳이 들고 사람들을 향해 카메라를 향해 눈을 부라려라. (허리가 아플지라도 눈빛만은 잡아먹을 듯 형형하길 바란다.)
이젠 훨훨 날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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