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포스트 고객의 소리를 넘으려면 (1)을 쓴지 시일이 꽤 지났습니다. 애초에 속으로는 결론을 낸 상태에서 1, 2부로 나눈 것이라 금방 쓸 수도 있었지만 왠지 주저되어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점원이 손님에게 친절하게 설명 중
"Another satisfied customer!" --Allan
출처: http://flickr.com/photos/strph/92448337/
고객이 공식적인 VOC 외에 Under the VOC를 말하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Under를 under로 만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공식화 하기를 바라는 건 합당치 못합니다. 특히나 기업 고객(전산실 이라면 현업)은 자신의 성과 평가에 얽힌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숨길 수 밖에 없습니다.
공식적인 VOC 외에 Under/Over the VOC를 발굴해 내려면 답은 하나입니다. 발굴해 낼 수 있는 사람을, 현학적인 어휘를 동원하자면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1) 경험 많고 인관 관계가 좋은 인적 자원은 VOC를 알아내고 부서간 이해/정치 관계를 조율하며 원만하게 이를 적용할 줄 압니다. 무슨 드라마처럼 신출내기 신입사원이 참신하게 뭔가를 하는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건 국면 전환이나 분위기 쇄신 같은 지극히 부분적인 것이지 VOC 발굴 같은 근본적인 발전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이게 저만 아는 비밀일까요? 그럴 리가 없지요.
그렇다면 왜 기업은 고객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인적자원의 보유에 결과적으로 소홀한 것일까요? B2C 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온갖 VOC를 발굴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인적자원의 보유가 매출에 직결되는 게 상대적으로 눈에 보이는 편이거든요.(2) 반면, B2B 기업이나 내부 고객을 상대하는 부서는 경험 많은 사원을 관리자로 돌리거나 퇴출 시키는 경향이 더 많습니다. 귀한 자원이 버려지는 거죠. 아울러 VOC는 묻히고 맙니다.
Millennium Tower World Business Center - Busan, Korea
출처: http://flickr.com/photos/megat/405860956/
이렇게 사람을 오래 써야 한다고 글을 쓰고 있지만 100%의 자신감을 갖고 있지는 못합니다. 지금 이 정도 수준이면 됐다고 CEO가 판단했다면 경험이 일천한 제가 뭐라고 할 만한 근거는 빈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기업이 지금 거의 없고, 이런 식이면 앞으로도 별로 없을 것 같다는 판단에 기초하면, 지금과 같은 식은 곤란하지 않을까요.
직접적으로 얘기해서 경험 많은 인적자원을 내모는 이유가 인건비와 비용 때문이라면(3) 지나치게 수동적인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4) 무한경쟁 시대에 쓸만한 장수를 어디론가 내보낸다면 그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못합니다.(5) 그 귀결은 굳이 이 글에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기업은 '절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창출'하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이를 명심한다면 기업은 앞으로 나가야 하고, 나가기 위해 앞길을 닦을 인적자원을 키워야 합니다. FTA 이후, 움츠리는 기업이 머물 수 있는 땅은 대한민국에 없을 것입니다. 바로 지금부터 '세심한 절약'이 아닌 '단순무식한 절약'은 버리고 가치 창출의 길로 나가야 합니다.(6) 바로 지금부터.
***
(1) 언제나 해답은 사람입니다.
(2) 그렇다 할지라도 실무자가 아닌 관리자로 빠지는 경향은 비율의 차이일 뿐, B2B 기업이나 내부 고객을 상대하는 부서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백발의 전문가가 드문 건 이공계 뿐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3) 정직원이면 인건비, 아웃소싱/용역이면 비용.
(4) 감정적인 이유가 있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정말 쪼들리고 있어서라도 그렇고요.
(5) 지금까지는 국내의 거의 모든 기업이 인적 자원 관리에 소홀해서 괜찮았다고 쳐도 앞으로 개방이 되면(FTA) 어떻게 해야 할까 대비해야 합니다. 내 자식은 영어 잘하니 괜찮다고 하는 건 곤란합니다.
(6) 무엇보다 성과 평가 체계를 손 볼 필요가 있습니다. BSC를 도입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이 글은 제 미디어몹 블로그에도 동일하게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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