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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국산 S/W를 못 믿는 이유

by wizmusa 2007. 6. 14.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환경에서 개발됐는지 뻔히 아는 판국에 믿을 수 있다면 그게 불가사의한 것 아닐까요.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대형 포탈은 좀 나은 것도 같습니다.[각주:1] 하지만, 다른 기업용 솔루션은 어떨까요. 제가 모 대기업 전산실에 있다 보니 이런 저런 솔루션 업체의 영업 사원들과도 만나는데 그 분들은 자신 있게 말합니다. 어떤 수정/보완도 가능하다고. 여전히 개발자 마인드의 한 자락을 잡고 있는 터라 그런 말을 들으면 믿음보다는 냉소로 마음이 기웁니다.

 해외 솔루션 영업사원들은 다릅니다. 당당하게 어느 이상의 수정은 불가능하다고 말을 하고 그 말을 듣는 쪽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최근에 모 회사에 벤치마킹을 간 적이 있는데 지금 쓰고 있는 어플리케이션의 UI와 Workflow를 해외 솔루션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걸 자체 개발했더니 온갖 요구를 '당장' 들어달라고 해서[각주:2] 해외 지사에서도 쓸 수 있게 확장하는 김에 아예 바꾼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야 시간을 벌 수 있고 지나친 요구는 거절할 수 있다나요.

 이 비상식적인 상황이 꼭 IT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건 잘 압니다.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정권을 거치며 정치력만 있고 실무 능력은 없는 사람들이 결정권을 오용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잘 압니다. 어쨌든 운이 좋아야만 버틸 수 있는 IT 업계를 보고 있자니 IT를 평생의 업으로 생각해온 사람으로서 억장이 무너집니다. 제 딸래미 돌잡이할 때 마우스는 멀리 치워버린 적도 있습니다.

 이러고 싶지 않습니다. 국산 S/W도 자랑스러워 하며 미약하나마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 정말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1. 제주의 다음 본사는 멋지더군요. 직원들도 즐겁게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요. [본문으로]
  2. 기껏 초과 근무하며 자체 개발한 선의가 완전히 무시되는 거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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