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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진상 고객에게 대응하기

by wizmusa 2008. 3. 24.
 고객은 고마운 존재입니다. 원칙적으로는 1:1로 가치를 교환하는 것이므로 고마워 할 필요까지는 없겠습니다만 독점 기업이 아닌 이상은 고객의 선택이 일단 고맙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고객 중에는 신사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상한 불만과 요구로 인간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리게 하는 불량 고객도 존재합니다. 다음 통화 사례는 제가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실화입니다.

IT: (10분 있으면 점심 시간이네.)

(전화벨 소리)

IT: 전산실입니다.
현업: XX 시스템이 안 되요.
IT: ... (내가 담당이긴 한데, 왜 더 말을 안 하지?) 어떻게 안 되는지 알려 주시겠습니까?
현업: 들어가 보면 알 거 아녜요?
IT: (잘 들어가지는데?) 일단 접속은 잘 되는데요. 어느 부분에서 안 되는지요?
현업: XX에서 화면이 안 나와요.
IT: (나오는데?) 저한테는 화면이 보이는데요.
현업: X월 X일에 XX 입력한 게 있는데 XX 화면에서는 안 보인단 말예요!
IT: (그런 거면 데이터 입력 오류인지 프로그램 오류인지 분간이 안 가는데... 입력 오류 검증 코드 미리 넣을 걸. OO 프로젝트 때문에 통 손을 못 봤네.) 그런 거라면 DB를 뒤져 봐야만 알 수 있겠습니다.
현업: 빨리 해주세요. (전화 끊음)
IT: (벌써 12시가 넘었네. 밥부터 먹고 바로 해야겠다.)

(오후 1시 10분 경, 전화벨 소리)

IT: 전산실입니다.
현업: XX 시스템 고쳤어요?
IT: (고쳐?) 아뇨.
현업: 아직까지 안 하고 뭐했어요?
IT: (이런 ㄱㅅ...)

 어떤 고객이 다소 과한 태도로 불만이나 요구를 말한다고 해도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불만과 요구의 정당성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만약 정당하다면 이에 대한 조치는 간단합니다. 우선순위에 따라 처리하면 끝입니다. 고객의 태도는 처리 우선순위에 적극 반영하도록 합니다. 정신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 하겠습니다.

 만약 부당하다면 좀 복잡해지죠. 한 번에 잘라서 거절하면 대개 공급자 잘못이 됩니다. 대한민국 같은 미성숙한 사회에서 독점 기업 소속이 아닌 걸 탓할 수 밖에요. 이런 경우 얘기를 풀어나가는 기점은 진상 고객의 부당한 불만과 요구가 다른 고객에게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가를 알리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우선 진상 고객 스스로 깨닫게 하고 고객 중에 우리 편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진상 고객은 남이라 생각하는 공급자에게는 함부로 굴어도 같은 울타리 안에 있다고 보는 동료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생각이 좀 더 없는 진상 고객이라 여전히 억지를 부린다 해도 일정 조정 등을 이유로 슬며시 공론화 하면 마음이나 태도를 바꾸곤 합니다. 가끔은 칼자루 가진 사람들끼리 알아서 논의하느라 시간을 벌 때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진상 고객을 대할 때조차도 우선은 고마움을 기저에 깔고 대하는 게 좋습니다. 사실 귀찮을 뿐인 진상 고객과는 달리 내둥 가만이 있다가 결정적인 때 뒷통수 치는 침묵 고객은 무섭기까지 하니까요. 주변이 모두 알게 시끄럽게 하는 진상은 기댈 여지가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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