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문제 해결의 첫 단계는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글귀를 접했습니다. 눈이 번쩍 뜨이는 듯했습니다. 우리 회사의 문제, 우리 사회의 문제, 나의 문제 모두 해결의 첫 단추는 문제를 인정하기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문제 해결의 전체 과정이 산에 오르고 내려오는 일이라면, 문제 인정은 산기슭을 지나는 단계이고 문제 정의는 험준한 산등성이에 오르는 단계로이며 해결방안 수행은 새길을 찾아 무사히 내려오는 단계라고 할 만합니다. 아쉽게도 산기슭에 다가서기조차 너무 어렵습니다. 인간은 지독히도 집요하게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겠습니다. 인간의 고질적인 권력 지향이 문제를 숨기거나 왜곡하여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곤 합니다.
오래된 문제일수록 다들 모난 돌이 되어 정을 맞을까 두려워 언급조차 회피합니다. 그 문제의 해악에 익숙해져 대충 피해 다니기도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강요하는 무책임한 순진함이 기저에 깔린 기업조직이라면 곪아 터진 문제가 한둘이 아닐 겁니다. 대개 칼자루는 경영진이 쥐고 있습니다. 경영진이 무지하면 직원은 몸을 사려서 문제를 숨기므로 의도적인 착각 속에 원만한 해결 타이밍은 놓치기 십상입니다. 경영진이 믿을 만해야 1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2
성숙한 조직이라면 리더가 문제마다 나서서 해결사 노릇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의 존재에 솔직한 조직은 해결할 능력도 지니기 마련입니다. 문제 제기에 뒤이어 해결책이 따라 떠오를 겁니다. 우선 용기 있는 자각이 절실합니다. 문제 인정 없이는 문제 해결을 시작하지 못합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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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구세주가 나오기만을 바랐거나, 아예 지구가 뒤집어져 버렸으면 하는 마음을 품어 봤다면, 스스로의 고통을 인정해야 하겠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불쾌해 한다 해도 내 감정에 솔직한 편이 낫습니다. 눈치 보느라 아픔을 오래 숨기면 곪기 마련인데 이 고름은 전염성이 높습니다. 아프다고 얘기하고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그게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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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자료를 인용했습니다만, 모든 절차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중독에 대해서는 저술가 Johann Hari가 Everything You Think You Know About Addiction Is Wrong에 대한 관점에 흥미가 있으며 '감정적인 면에서'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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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과 성숙을 위한 12가지 질문
2007년 10월 31일(수)
김한오(계요병원 알코올센터장, 정신과전문의)
1. 내게 문제가 있는가? (문제 인정) | 문제 인식 |
2. 문제 해결을 위하여 내게 도움줄 곳이 있는가? (조력자 발견) | 조력자 발견 |
3. 도움줄 곳의 권고에 따르기로 결심하였는가? (조력자 의지) | |
4. 나의 문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문제 목록) | 개인문제해결 |
5. 나의 문제를 조력자에게 털어놓았는가? (문제 고백) | |
6. 나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스스로 노력하고 있는가? (문제 개선) | |
7. 내 문제개선을 위해 조력자의 도움을 받고 있는가? (문제개선도움받기) | |
8. 내가 피해준 사람은 누구인가? (가해 파악) | 대인문제해결 |
9. 내가 피해준 사람에게 보상하고 있는가? (가해 보상) | |
10. 반성 일기를 매일 쓰고 있는가? (지속 반성) | 문제지속점검 |
11. 나의 사명을 발견하였는가? (인생 목적) | 사명 발견 |
12. 나의 경험을 나누고 있는가? (경험 나누기) | 경험 전수 |
- 자료 출처: 한국중독정신의학회 (http://www.addictionacadem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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