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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감정노동을 수반하는 문제해결

by wizmusa 2017. 10. 22.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하자. 그 문제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한다. 가해자는 무지하여 피해자에게 계속 상처를 입혀 왔다. 이 때, 문제해결자는 가해자를 응징해도 좋을까? 하다 못해 야단이라도 치면 안 될까?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처럼 문제해결에 성의를 보인 가해자를 비난해 봐야 좋을 게 없을 때가 태반이다. 가해자가 마음을 닫아 자기변호에만 힘쓰게 되어 피해자의 상처가 나을 길이 사라질 뿐이다.


일례로, TV 프로그램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나오는 명불허전 베테랑인 반려견 행동전문가 강형욱 씨는 결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개를 좋아한다면서도 개에게 온갖 스트레스를 안긴 사람들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를 이해하도록 담담하게 설명했다. 아마도 개의 행복을 최우선순위로 두었기에 대화하는 내내 화를 내지 않았겠다. 오로지 개가 받았던 고통에 공감하지 못했던 가해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데에만 주력했다. 다행스럽게도 아래 사례에서는 개를 포함한 가족 모두 평화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마음 놓고 영상을 보아도 좋겠다.



강형욱 씨는 신뢰할 만한 전문가 답게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만 행동하지 않았다. 아래 영상에서는 큰 개 2마리, 작은 개 1마리를 키우는 개 주인이 아기를 개 근처에 두고 잠시 볼일을 보고 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하자, 온건한 어투로 완강히 반대했다. 절대 여지를 두지 않았다. 불법이라는 어휘를 들어 의뢰인이 당혹해 했더라도 의연한 태도로 반대하는 이유를 납득하게 했다. 의뢰인은 온전히 원인과 결과에 집중했으며 이전에는 바라지 않았던 결론도 이내 받아들였다.



위에 나온 두 가지 사례에서는, 의도야 어찌 됐든 의뢰인들은 개에 대해 무지했던 탓에 반려견을 괴롭혔던 셈이었다. 지탄을 받아도 이상할 게 없었다. 개들이 그만큼 고통을 받았다. 강형욱 씨는 제3자가 보아도 금새 알 만치 개라는 종족을 사랑해 왔다. 산책을 게을리 하고 장난이랍시며 겁을 준 개 주인들이 마음에 들 리가 없었지만,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감정 표현은 접어 두고 오로지 개가 행복하도록 모두를 원만하게 이끌었다.


물론 부드럽게 이끌어 가는 방법만이 옳다는 얘기는 아니다. 때로는 카리스마로써, 가해자를 위시한 문제원인 제공자를 단박에 압도하는 게 좋을 때도 있겠다. 하지만 전문 연기자가 아닌 이상 유함과 강함을 상황에 맞춰 골라 쓰기는 어렵다. 더구나 고을 원님 같은 고위층이나 복채 받는 무당이라면 모를까 문제해결자의 위치는 소위 '갑'은 못된다. 카리스마로 압도하는 게 마음이 편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한다.


결국 문제해결을 우선순위 최상단에 놓으면, 내 감정은 잠시 내려 놓을 수 밖에 없다. 이는 에너지를 상당히 소진하게 한다. 문제해결이 성공했든 실패했든 마무리하고 나서는 충분히 휴식해야 한다. 여러 일이 겹쳐서 휴식하지 못했다가는 burn out으로 귀결한다. 문제해결자는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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