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 IT 운영 일을 하다 보니 업계 근황이나 미래에 대한 상념에 빠질 때가 있다. 2018년 한국,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유통업계 종사자가 생각하는 주제 중에는 '쿠팡, 위메프가 언제까지 저러고 1 있을 것인가'와 '아마존은 언제 한국에 들어올까'가 끼어있지 않을까 한다. 쿠팡, 위메프 존속은 별로 따지고 싶지 않아 아마존 한국 진출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다. 2
한국시장은 서양기업이 봤을 때에 크기와 리스크가 묘하다고 본다. 중국와 일본처럼 시장이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만한 작은 시장은 아니다. 북한이라는 리스크가 있지만 조금만 들여다 보면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무사태평하듯 전쟁위협이 그다지 커보이지 않는다. 한국에 관심 없고 편협한 서양인은 인프라가 괜찮은 일본속국 정도로 보며 투자처로 괜찮게 볼 듯도 싶다. 나쁘게 봐도 그 정도라는 얘기다.
중국은 워낙 특수한 시장이니 일본 위주로 한국과 비교해 보자. 일본은 두말할 것도 없이 뛰어들어야 할 시장이다. 기본적으로 전쟁위협이 없고 부유하고 인프라를 잘 갖췄으며 인구가 많다. 서양문화에 익숙하고 서양도 일본문화에 익숙한 편이다. 잘만 안착하면 투자대비수익이 차고 넘친다. 아마존 재팬은 2017년 라쿠텐을 근소하게 누르고 일본 전자상거래 시장 1위를 차지했다. 3
한국은 일본보다 시장이 작지만 일본처럼 인프라가 좋고 문화 면에서는 서양에 친숙하다. 서양기업에 불리할 게 없긴 한데, 별수없이 독과점인 시장이다. 개인정보 보호법처럼 규제도 강하다. 그걸 뚫고 자리 잡을 투자를 하려면 하겠지만 아마존 같은 입장에서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일본에서 더 열심히 싸우는 게 돈이 더 될 거라고 생각할 만하다. 4
근거를 탄탄히 갖출 여력이 없으니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나열해 본다. 아마존 한국 진출에는 두 가지 선결조건이 있다.
1. 인공지능 기술 성숙
인공지능이라고 운을 뗐지만 실은 자동화다. 아마존 자동화 기술이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다시 말해 리스크 대비 비용이 아마존 내부기준보다 낮아질 때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온라인 쇼핑몰 전반을 아우른다. Direct mail, 광고 배너는 이제 사람 손을 타지 않아도 될 정도다.
2. 우수 한국업체 발굴
특히 물류 자동화 수준이 어느 이상 오른 업체가 아마존 인수 대상이 된다. 물론 머천다이저(MD) 수준이 높고 양적으로도 두터워야 한다. 월마트와 까르푸처럼 한국시장에 무식하면 필패이기 때문이다. 물류와 머천다이저가 막강하면 투자금을 까먹고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쳐도 아마존은 끌어 안으려든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아마존의 관심 대상에서 벗어난다 싶긴 했는데, 미국과 일본 아마존처럼 너무나 정적인 웹 페이지를 싫어하는 한국 소비자 성향을 아마존이 감안해야 한다. 아마존 한국 웹사이트는 세계에서 최고로 동적이겠다. 쿠팡과 위메프가 이 모습에 가장 가까우려나.
언제 이런 선결조건을 충족하게 될까? 아마존이 간택하길 바라는 기업은 어떻게든 더 버티며 탐나는 회사로 가꾸어 나가야겠다. 아직까지는 투자기간이라고 보겠지만, 자동화 수준을 자랑할 만한 수준으로 높이고 이익을 내기 시작해야 아마존이 손을 내민다. 아마존과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 라쿠텐처럼 물량으로 맞불을 놓지 못할 거라면, 역시 자동화와 MD만이 활로를 여는 수단이다. 시장 점유율 1, 2위를 벗어나는 기업도 이익을 내며 존속하는 길이 분명히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사용자 경험 연계처럼 아마존 같이 덩치 큰 기업이 노하우를 갖추기 전에 선점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인력으로 찾지 못하거나 눈에 뻔히 보여도 가지 못할 때도 있지만 길은 분명히 있다. 5
물론 아마존은 오프라인 진출에 공을 들여왔다. (Amazon Go)
- 이제 소셜 커머스라고 부르기는 적절하지 못하다. [본문으로]
- 적자를 쏟아내면서도 투자로 버티기 [본문으로]
- 정치인이 제일 리스크다. 전쟁 걱정 없을 나라에 전쟁위협을 가져 오고 있는 건 둘째 치고 각종재해 대처할 의지가 없고 무능하다. [본문으로]
- 이 방향이 총론 면에서는 결국 옳았을 줄이야. 한국 개인정보보호법은 GDPR의 선배다. 단, 각론으로 가면 아쉬운 게 많다. 지나친 규제가 꽤 섞였다. [본문으로]
- 아마존의 손길을 바라는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라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영문 이메일 등 미국문화에 익숙하면 더할 나위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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