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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름 짓기는 정말 중요하다

by wizmusa 2021. 4. 1.

'지구온난화'라는 어휘가 초래한 혼란이 상당합니다. 정의 자체야 틀린 얘기가 아닙니다만, 평균기온 1~2도 올라가는 게 무슨 대수인가 싶기도 하고, 도리어 인류가 살기에는 좋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참으로 부적절한 명명이었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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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문에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악을 무시하려는 정치꾼들 농간에 속수무책이었고 시민사회의 호응을 얻기에도 난관이 컸기에 비판이 많았습니다. 이제 구글에서 지구온난화로 검색을 하면 '기후변화'라는 보다 적절한 검색어를 추천하기도 합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어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Conscientious Objector'를 직역했을 텐데,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기는 커녕 군대 가면 비양심적이냐는 반문이 나오기 십상이라 건설적인 논의는 매번 물 건너가기 일쑤였습니다. 종교를 어쩔 것도 아니고 그 수도 많지 않으니 종교를 언급하든 신념을 언급하든 이름만 잘 지었어도 당사자들이 고통 받은 기간이든 사회적 비용이든 훨씬 줄지 않았을까 합니다.

번역이 아쉬운 사례는 더 있습니다. 'misogyny'는 제가 생각해도 번역이 어렵긴 한데, 일단 '여성혐오'라는 번역이 자리 잡고 나니 미소지니의 화신조차 '나는 여자 좋아한다'라며 껄껄대는 사태가 한반도 곳곳에서 발생했습니다. 도무지 미소지니의 본질을 전달하지 못합니다. 당연히 오로지 이름이 이상해서 미소지니가 사라지지 못하는 것이 아님은 잘 압니다. 다만 용어를 처음 접하면서부터 몰이해와 싸워야 함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해를 돕고자 다른 주제로 예시를 들자면, 윈도 도움말은 상황을 잘 설명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기로 유명하여 meme이 많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번역을 포함한 명명은 행위 자체만이 아니라 취지를 더욱 감안해야 합니다. 결국 정치적일 수 밖에 없는 분야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적인 명명이 불가피합니다.

 

정확하지만 쓸모 없기로 유명한 MS Windows 도움말

지금 상태나 작동원리는 설명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특히 정치와 무관하지 않은 주제는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목적에 충실해야 하겠습니다. 저자나 번역가만 노력할 게 아니라 편집자 등 다양한 관점이 어우러져야 보다 의도에 부합하는 어휘가 탄생할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입니다.


이미 자리잡은지 오래인 용어를 바꾸는 건 낭비일 수 있다고 봅니다. '유리천장'이 유리의 속성 중 투명함이 아니라 깨지기 쉽다는 속성을 부각하는 오용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해서 이 용어를 바꾸는 노력이 절실하지는 않습니다. 도리어 낭비일 따름입니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는 시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나일등의 시선] ‘여성혐오’ 번역어 논쟁 - 여성신문

2010년대 중반 ‘여성혐오’라는 번역어를 둘러싸고 논쟁이 일어난 적이 있다. 특히 여성학자 정희진 씨의 문제 제기가 주목할 만한데 논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에노 지즈코의 『여성 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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