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 어디쯤에서 봤는지 모르겠지만 참 쉬운 내용으로 시작하길래 충동 구매했다. 다 읽고서는 동기들에게 추천했다. 여러모로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내 나이대 사무직, 기술직 회사원이 이 정도도 모르면 전방위로 곤란한 존재가 된다.
데이터 분석가의 숫자유감 - 권정민 지음, 주형 만화/골든래빗(주) |
이전에도 입문자 용으로 책을 골라 봤는데 그보다도 훨씬 쉽다. (2020.02.25 - [BI] - 절절함을 감춘 <데이터 읽기의 기술>) 만화 비중이 크기에 앞으로도 데이터 활용에 곤란을 겪거나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이에게 추천하려고 한다. 이 책은 '데이터 문해력'을 개념을 설명하는 데에 집중했으며, 데이터를 어떤 식으로 판단해야 하는가 하는 실마리를 준다. 정말 관심이 생겨 통계부터 파기 시작하면 갈 길이 멀겠지만, 자기 기분대로 데이터를 오독하거나 조작하라고 강요하는 일이 나쁘다는 사실까지는 쉽게 깨달을 수 있다. 만약 이 책을 읽고도 여전히 데이터를 무시한다면 자신이 보통 악한이 아님을 자각하길 바란다.
빅데이터라는 마케팅 용어가 화제가 되었던 지 10년은 넘은 듯한데, 한국 기업이 데이터를 사용하는 수준이 여전히 지리멸렬한 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문과가 경영진이든 이과가 경영진이든 데이터 문해력이 떨어지는 통에 기획부서가 아예 설명이 힘든 데이터를 활용한 보고를 회피해 왔던 조직문화가 원인 중 하나이다. 데이터 문해력이 좋지 않다는 말에 기분 나쁘기만 하다면 반문하고 싶다. 어떤 지표(indicator, index)가 있을 때, 지표 수치에 곧이 곧대로 등급을 매겨 인사평가까지 연결하는 짓이 합당하다고 보는가? 수치 지표를 기계적으로 해석하려는 습성을 데이터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표현한 것이다.
흔히 쓰는 '연간' 매출액도 단순하게 해석하면 현실적으로 곤란하다. 고관여인지 구매주기가 어떤지 등 고려할 게 많다. 그런데도 수치를 잘잘이 얘기하면 기분이 수틀리고 마음 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껴져 짜증내는 경영진이 많았기에 꽤 많은 기업조직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으로 데이터라 하기 힘든 수치만 보고하며 의사결정을 한다. 단순하청업체로서 해외 바이어나 국내 대기업에게 원가통제 받아가며 제때에 납품하기만 하면 충분한 기업은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적을 수도 있다. 계속 그래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날이 의사결정할 사안이 많은 조직은 데이터 문해력을 끌어 올리지 않으면 자멸하게 된다. 결국은 편견으로 귀결하는 편협한 정서로는 걸핏하면 승자독식이 되는 현대 시장에서 버티지 못한다.
동종업계에서 데이터 같은 건 쓰지 않기로 담합하면 괜찮을까? 나이키의 경쟁자가 닌텐도가 된 지 오래이며, 카카오는 골목상권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지금 카카오나 네이버를 한시적으로 어찌 어찌 막아 본들 별 소용이 없다. 소비자의 시간을 두고 경쟁하는 2020년대 모든 기업은 잠재적으로 서로 경쟁하는 중이므로, 우물 안에서 지지부진하는 기업은 한순간에 밀려 버릴 것이라 본다.
저자는 답답한 마음에 책을 쓰기 시작했겠지만 일견 담담하게 책을 마무리했다. 워낙 얽히고 섥힌 사안이라 한두 가지를 고친다고 될 일이 아니고, Top이 바뀌어야 근본적으로 고쳐질 사안인데 그 방향으로는 기대할 여지가 극히 적다. 담담함을 유지해야 홧병이 나지 않을 테니 담담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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