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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트릭은 치사한가 아닌가

by wizmusa 2022. 5. 8.
서술트릭의 모든 것 - 6점
니타도리 케이 지음, 김은모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서술트릭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면 사지 않았을 책이다. 1장을 다 읽자마자 소설이 아니라 만화나 영화였다면 트릭 성립조차 불가능했다는 한계를 깨닫고 시시하다는 실망부터 앞섰다. 이는 저자 역시 후기에 언급했을 정도로 잘 알려진 서술트릭의 약점이었다. 찾아보니 이제는 작가들도 서술트릭이 꽤 식상해져서 함부로 남발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독자들은 서술트릭에 익숙해져서 '명탐정 코난'의 엑스트라가 된 양 추리 쇼를 관대하게 즐기기도 하는 듯하다.

 

서술트릭이 무작정 나쁘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다만 이 책은 저자가 일부러 서술트릭을 극한까지 활용하며 독자와 게임을 벌이느라 서술트릭을 써야 할 맥락이 없다시피 하다고 보았기에 좀 실망했다. 그렇다 해도 서술트릭이 가치가 있는 상황은 분명히 있다. 사회적인 편견과 주류감성에 독자가 경도되도록 작가가 의도한 서술트릭은 현실을 반영한 장치이기에 참신할 수 있다.

화자가 여자였어? 그래서 그랬구나.
의사가 흑인이었어? 그래서 그랬구나.
장애인이라 올라가지 못 했어? 그래서 그랬구나.

 

독서는 글자로 설명하는 개념을 일일이 추상화해야 하는 상당히 적극적인 행위이다. 독자는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가 나열한 글뭉치를 해독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독자들의 보편적인 경험을 역이용하는 장치를 만들 수 있다. 독자로서는 오로지 스스로 눈을 가린 자기 탓이므로 상당히 충격 받을 것이다.

참고자료 - [이옥란의 책을 읽는 시간은] 독서는 힘든 일이다
https://www.readin.or.kr/home/bbs/20007/bbsPostDetail.do?currentPageNo=6&tabNo=0&childPageNo=1&postIdx=11036
 - 독서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하는 일’이다
 - 게다가 당신의 뇌는 원래 독서에 적합하지 않다

 

사회주류층에 오염되어 생긴 고정관념과 싸워 이겨야만 속지 않는 서술트릭이라면 평단과 독자 모두가 환영할 만하다. 개중에는 기분 나빠 하는 반응이 나올 수 있긴 한데, 반대급부로는 기뻐하며 용기를 얻는 이들도 있다. 아무래도 이런 트릭은 만들기가 어렵다. 작가 또한 고정관념을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타성에 빠진 독자에게 찬물을 끼얹어 깨우는 가치는 있을 것이다. 때로는 독자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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