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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

함께 나아가기 위해 가시적이려는 경영 솔루션

by wizmusa 2022. 7. 10.

SAP AG가 2009년 즈음에 Clear Enterprise를 주창했었다. 오늘날 최고의 기업은 clear enterprise로서 투명성을 확보한 기업이라는 얘기였다. 한국에서 저 모토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ESG 자체를 경영 리스크로 보는 사람이 이리 많은 나라였으니 저 당시에는 더더군다나 당연한 결과였으려나 싶다. 그러나 Clear Enterprise라는 어휘는 더 이상 쓰지 않아도 SAP의 방향은 지금까지 일관적이었다. 이게 가능한 이유를 감안하면 우리도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다음과 같은 Clear Enterprise의 방향은 위선이라고만 치부하는 건 우물 안 개구리나 하는 짓에 불과하다.

 

  • 명료함: 비즈니스 전략을 재정비하고 운영을 간소화합니다.
  • 투명성: 주요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며 회사의 브랜드와 신뢰도를 보호합니다.

이 전략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sap.com/clear라는 웹 사이트는 이제 없다. 아래 링크의 기사에서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SAP: BI tool will help create 'clear enterprises'

The company has high hopes for its new BusinessObjects Explorer tool, which helps employees mine data without the assistance of IT staff

www.infoworld.com

SAP가 clear enterprise를 통해 달성하자던 명료함과 투명성은 그때나 지금이나 중요한 경영 요소이다. 저 두 가지가 잘 안 되는 대기업의 경영진은 오래지 않아 회사를 떠나야 할 만큼 중요하다. 투명성은 자동화 수준을 올리지 못해도 대주주와 정부와 NGO가 보고 있으니 어떻게든 법에는 맞추고 있지만, 명료함은 성공사례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까지 SAP는 모토가 무엇이든 완성도가 높은 솔루션을 통해 저 명료함을 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SAP Strategic Enterprise Management (SEM) 솔루션은 경영조종석, 균형성과표 (Balanced Scorecard, BSC), 이해관계자 관리 모듈이 인상 깊었고, 이후의 Strategic Management와 여타의 솔루션들도 꾸준히 운용만 할 수 있다면 정말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겠으나 역시 성공 사례가 흔하지는 않은 듯하다. 소견으로는, 솔루션이 나빴다기보다는 기업 내외부의 환경은 지난 10여 년 간 엄청나게 변화했으나, 기업조직 구성원이 그러한 변화를 시스템에 반영할 정도로 시간을 포함한 자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솔루션이 나빠서라면 다른 솔루션이 대체를 했을 것이며, SAP가 SuccessFactor로 장사를 잘 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을 것이다. SAP SEM도 SAP HR(Human Resource, 인사관리)가 데이터를 주고 받으며 성과관리를 시작했던 터라 솔루션으로만 놓고 보면 SAP가 이 분야에서 노하우가 제일 많을 듯하다.

 

다만 어지간한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저 수준으로는 못한다고 단언한다. 수고가 보통 많이 드는 일이 아니다. 꽤 많은 조직이 합의가 되는 KPI를 고안하는 데에나 급급하지 타당성을 살피기는 버거워한다. 균형성과표는 품이 더욱 많이 든다. 학습과 성장, 내부 프로세스, 고객, 재무 관점의 object를 만들고 KPI pool을 취합하며 전략체계도를 만드는 어마어마한 작업을 해내야 한다. 여전히 균형성과표를 국내 학계에서는 논의하고 있으나, 감사를 받아야 하는 공공기관에서 쓰는 관점이지 변화무쌍한 환경을 적시에 대응하는 기업에서 쓰는 방안은 거의 논의가 없다. 해외 학계는 지속가능성이나 ESG를 반영하는 경영도구로 꽤 활발하게 연구한다. 국내 기업은 어느새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얄팍한 추측이긴 하지만, 균형성과표나 KPI 기반 평가 결과를 성과급을 감안한 인사평가에도 쓰려고 하기에 사보타주가 발생한다고 본다.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의지가 없이는 이 정도로 체계적이라 조정이 수고스러운 '실시간/준실시간으로 투명한' 평가체계를 운영하기 힘들다. 그렇다 보니, 기업 조직의 구성원도 불이익을 받을까 싶어 적당히 불투명하게 살려고 한다. 경영진과 중간관리자가 투명해지라고 지시한다고 해결이 되는 문제가 아니다.

 

SAP 새로운 경제 환경에서의 성공적 비즈니스 - SAP 포트폴리오를 통한 Clear Enterprise 실현 브로셔

짐 정리를 하다가 10년이 좀 넘은 브로셔를 보니 SAP는 참 일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의 선택이야 어떠했든 SAP는 20년이 넘게 투명한 경영을 위한 솔루션을 만들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브로셔에서는 Service-Oriented Architecture (SOA)로 line of business 에서 부족한 부분을 빨리 구축하여 시스템을 통합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뜬구름 잡는 파워포인트 도식 개념도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구현 방안도 마련해 두고 있음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래서 SAP가 제시하는 투명성 확보 절차는 지금도 유효하다. 어찌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기업의 불투명에도 기인하지 않을까 한다. 글로벌 거대 자본 입장에서는 한국 기업이 말이 잘 통하지 않는데 불투명하기까지 하니 정말 유별나게 유망하지 않는 이상 굳이 투자하지 않는 면도 있겠다. 이제까지는 별탈 없었어도 미증유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괜찮을까?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는데, 남은 커녕 나도 잘 모르는 상황이지는 않을까 톺아 보아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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