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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세상을 구할까 -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

by wizmusa 2023. 9. 16.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
- 정치와 죽음의 관계를 밝힌 정신의학자의 충격적 보고서
제임스 길리건 (지은이) / 이희재 (옮긴이) / 교양인 / 2023/05/22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7264296

 
미국인인 저자는 정신의학자로서 오랜 기간 진료를 하다가 집권당이 민주당인지 공화당인지에 따라 자살률, 살인률이 좌우되는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통계학자의 도움을 받아 자세히 조사를 하니 집권당에 따라 실업률, 경제성장률, 복지정책이 크게 달라지며 자살률과 살인률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어떤 당이 집권했을 때의 공과를 평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는 세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시기가 좋지 않으면 집권당의 노력이 성과로서 빛을 보기 어렵습니다. 이 책은 그 와중에 여러 통계수치로서 어떻게 가늠할지 알려줍니다. 실업률이 자살과 살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찬찬이 설명했습니다. 책 후반부 들어서는 통계 근거 언급이 사라지는데 말미에 다시 정리를 합니다.
 
더불어 수치심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이 감정이 특정 세력에게 악용 당하기 시작하면서 자기 발등을 찍는 정치적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동정 받을 바에야 먼저 악행을 저지르며 이웃을 밟고 서겠다는 약한 마음을 대체 어찌해야 할까요? 아내와 자식 얼굴 보기가 부끄러워 모두 죽이고 자신은 '자살에 실패'하는 범행 사례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흔합니다. 수치를 느끼게 하는 대상이 사라졌으니 자살에 성공할 이유가 사라지는 모양입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느냐에 따라 시대정신이 달라집니다. 남을 밟고 서겠다는 마음으로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범죄의 대리자 대통령이 나옵니다.
 
인간은 상부상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건만, 어쩌다 진화를 거스르며 같은 사회 구성원, 다시 말해 이웃을 억압하는 반동이 인간 세상을 이리도 엄혹한 아수라장으로 전락하게 하는 걸까요. 한탄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희망을 잃지 않으면 수치라는 감정에 매몰되어 악용 당하지 않습니다. 저자가 참여했던 교도소 내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사 학위를 딴 죄수들은 재범률이 1%도 되지 않았습니다. 쉽게 말해서는 안 되지만, 보복과 수치가 엉킨 감정을 벗어나야만 나아갈 수 있습니다.
 
통계를 언급하면서 시작하는 책이지만 그랬다가는 널리 읽히지 못할 테니 읽기 어렵지 않게 여러 흥미로운 사례를 들며 풀어냅니다. 어쩔 수 없이 미국 정치 얘기가 많이 나와서 몰입이 되지 않기도 합니다만 어찌 보면 더 객관적으로 보게 돕기도 하겠습니다. 경제 지표에 대해서도 좀 답답합니다.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한국 정부도 대대로 국민총생산 같이 성적표로 쓰이는 몇 가지 유명한 지표들은 엄청나게 관리하는 중입니다. 기성언론은 수치 이면의 의미를 끄집어 내어 평가해야 하는데 영 편향적이라 들을 만할 이야기를 통 하지 않아 왔습니다. 답답한 형국입니다.
 
한두 가지 지표로 정권을 평가하지는 못합니다. 저자가 자살과 살인이라는 지표를 든 데에는 왜곡하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어서일 겁니다. 그럼에도 저자와 동료는 데이터를 정제하며 가공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조사가 가능할까요? 현재 수준으로 당장은 힘듭니다. 이 책 초판이 나온지가 2011년이고 한국에서는 절판과 재판을 반복하는 중입니다. 한국 정부는 관피아를 이기지 못하거나 악용하며 뭉뚱그린 소계 데이터나 찔끔 찔끔 내놓지 제대로 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부에게 떳떳하다면 데이터를 내놓으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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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사 | 왜 보수가 집권하면 살인과 자살이 늘어나는가(조효제)
■ 머리말 | 죽음과 정치의 미스터리

1장 삶과 죽음의 문제
공화당이 집권하면 죽음의 전염병이 번진다
오래 집권하면 죽음 곡선이 가팔라진다
왜 이 사실을 아무도 몰랐을까?

 사실 오늘날 미국의 자살률과 살인율이 전염병 수준만큼 고약하게 올라가지 않은 이유는 딱 하나, 공화당이 올려놓은 폭력 치사 발생률을 민주당이 번번이 그만큼 회복시켰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화당은 1900년과 2007년 사이에 10만 명당 자살률과 살인율을 각각 14.5명과 5.4명씩 누적 증가시킨 반면 민주당은 거의 똑같은 정도로 (각각 13.3명과 5.0명) 자살률과 살인율을 누적 감소시켰다.


2장 자살과 살인의 진짜 범인, 불평등

그는 왜 가족을 살해했을까?
불평등이 커지면 살인율․자살률이 높아진다

  Gary LaFree와 Kriss Drass의 연구는 (중략) 1957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에 대한 시계열 분석을 통해서 경제 불평등이 커지면 (흑인이나 백인 모두) 살인율이 높아짐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서 경제 사정이 갑자기 달라지기 전까지는 모든 기간 동안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던 똑같은 인구집단이 불경기가 시작되어 수백만 명이 직장에서 해고된 다음에만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개개인의 성격 특성이나 하던 일의 질하고는 무관했다.)


3장 보수는 경제에 강하고, 진보는 경제에 약한가?

왜 불평등이 공화당 때는 커지고 민주당 때는
줄어드는가
결정적인 것은 대통령이다
1퍼센트의 이익 대 99퍼센트의 이익
‘범죄와의 전쟁’은 범죄율을 끌어올린다
자살은 정치적인 문제다

 James Galbraith가 지적하듯이 "실업자가 늘어나면 불평등도 확대된다. 그리고 실업자가 줄어들면 불평등도 감소한다." 갤브레이스는 이 점을 수학으로 규명한다. "실업의 동태만으로 임금 불평등의 모든 편차가 79% 설명된다. ... 다른 영향도 고려해야겠지만 ... 실업률의 변화가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 역사를 돌아보면 그 어떤 것도 그만한 효과를 못 낸다. ... 불평등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실업률이 불평등을 높이기 시작하는 수준 밑으로 실업률을 묶어 두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통계 자료를 수집하는 절차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는데, 오랫동안 실업자로 지낸 사람은 일자리를 찾는 데 장기간 실패를 거듭했으므로 이제 일자리를 찾을 의욕이 꺾였다고 보고 아예 실업자로 계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장기 실업자는 실업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실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제 실업률은 극단적으로 낮게 잡힌다는 뜻이다. (중략) 따라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실업률 차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아마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의 소득 분배 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요인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그것은 민주당 정부와 공화당 정부의 상반된 정책이다. 공화당 정부 때는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의 실질 소득 증가가 부유층의 소득 증가율을 크게 밑돌았고 민주당 정부 때 나타난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의 소득 증가율과 비교해도 크게 낮았다.

 전체 경제 성장 규모를 비교하면 (1948년~2005년, 중략) 민주당 때가 공화당 때보다 70%나 높았다. (2.78% 대 1.64%)

 아이젠하위가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꿀까 생각했던 것처럼 카터도 같은 민주당원보다는 공화당원과 있을 때 더 편한다고 말했다. (아이젠하워는 공화당이었지만 범죄 치사율이 낮아지고 카터는 민주당이었지만 범죄 치사율이 올랐다.)

 (닉슨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전무후무한 대량 투옥 정책을 시행한다. (중략) 1970년대 중반 이후로 미국의 수감률은 무려 7배나 늘어났다. 특히 마약범 위반자는 보통 폭력을 휘두르지 않으며 흑인이나 백인이나 엇비슷하게 마약법을 어긴다는 연구가 많은데도 유독 흑인만 훨씬 많이 투옥되었다. (중략) 인종 불평등이 줄어든 상황에서 '백인 우월주의'를 다시 세우는 수단인 것이다. (※ 미국 경찰은 흑인을 죽이는 데에 거리낌이 별로 없는 편이다. 풍자 영상: https://youtube.com/shorts/0IlbHD2pT1s?si=QRYsY6f80VvCM4aI)

 참정권을 박탈한다. 투표권이 있다면 대다수가 민주당을 찍을 흑인 수백만 명을 바로 위에서 설명한 대로 강력범으로 낙인찍어서 대체로 일평생 투표를 못하게 한다.

 '강경한 대응'은 도움이 안 되며 범죄를 줄이는 길은 더 정의롭고 기회가 더 균등하게 돌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는 정통 진보 진영의 답변은 유권자를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범죄율이 올라가면 진보주의자들은 거의 언제나 수세에 몰린다.

 미국은 사실상 경찰 국가가 되어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수감률(실제 경찰 국가들과 비교해도 더 높다)을 기록하고, 감옥을 자꾸만 지으면서 비폭력적인 마약 중독자들을 (a) 투옥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b) 투옥보다 덜 잔인하고 (c) 투옥보다 치료 효과가 높은 수단으로 치료하기보다는 무조건 감방에 집어넣는다. (이 비폭력적인 마약 중독자들은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면 폭력에 시달리거나 폭력을 휘두르게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전략: 매사추세츠 주 교도소들) 인디애나 주 전체 교도소에서 재범자가 전무했고 캘리포니아 주 폴섬 교도소도 재범률이 0%였다. 교도소에서 적어도 학사 학위 이상을 받은 사람 중에는 대체로 그런 결과가 나왔다. (중략) 우리도 기간을 30년으로 늘려 잡았을 때는 재범자가 두 명 나왔다. 하지만 그래봐야 재범률이 1%에도 못 미쳤다. 


4장 수치심이 사람을 죽인다

폭력 뒤에는 수치심이 숨어 있다
수치심의 윤리와 죄의식의 윤리
평등한 사회에는 폭력이 없다

 (전략) 몹시 수치스러운 일을 겪으면 (중략) 그래도 양심이 있고 죄의식이 있으므로 분노를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겨누며 때로는 그것이 자살로 이어진다. (중략) 사회, 경제적 스트레스가 살인율과 자살률을 모두 끌어올리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중략) 남을 죽이고 나서 자기 목숨도 끊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리 모두는 늘 상호 의존적이다. 남들로부터 도움과 지원을 받아야 하는 자신의 상황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맞닥뜨리게 마련인 인간 조건(나는 환자에게 가끔 "얻을 수 있는 도움은 최대한 얻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못나고 약한 증거라고 잘못 규정하는 사람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사기와 조작으로 부당하게 많은 복지 수당을 받으면서 놀고 먹는다는 이른바 '복지 여왕'에게 투사하여 모욕하고 부정하고 질책한다. 수치심은 그런 식으로우파적인 정치, 경제적 태도와 가치관을 자극할 수 있다. (중략) 수치심의 더 파괴적인 부작용은 (중략) 남들에게 적극적으로 공격적으로 굴며 폭력까지 불사할 때 나타난다.


5장 실직이 늘면 수치심이 커진다

버림받은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

 나는 아버지가 해고당하고 그 뒤로 직장을 다시 잡지 못했을 때 우리 집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이해해보려는 마음에서 이 책을 샀다. 견디기 어려울 만큼 슬픈 책이었지만 그 위기가 아버지학 우리 가족에게 끼친 영향을, 특히 늘 따라다녔던 엄청난 수치심을 무섭도록 똑같이 그려놓았다. (장기 실업자는) 갖다 버려야 할 게으른 사람들이 아니라 인생의 비극에 해당하는 일을 겪었으며 영혼을 가진 인간이다.


6장 보수 정당 지지자와 진보 정당 지지자

폭력적인 문화와 덜 폭력적인 문화의 대립
폭력은 전염된다
권위주의적 인격 대 평등주의적 인격
나의 교도소 평등 실험 - 폭력은 없앨 수 있다

 남부의 명예 문화에서 말하는 '명예'도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남부 역사에서 '명예율(Codes of Honor)'이라고 불리는 문서로 숱하게 체계화된 구체적 현실이었다. (중략) 결투를 하라는 것이었다.

 교도소에서 우리는 대학 교육을 받을 기회가 주어졌을 때 우리 사회에서 가장 폭력적인 사람들로 이루어진 인구 집단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지를 보았다. 기회를 빼앗겼던 사람들이 뜻깊고 보람 있는 일에 동참할 때 대체로 무슨 일이 생기는지를 우리는 교도소와 사회에서 두루 볼 수 있다.


7장 정치가 삶과 죽음을 가른다

살인과 자살은 정치의 풍향계다
정치와 국민의 행복
살인과 자살을 함께 보아야 하는 이유
생명을 구하는 정치를 찾아서

 교도소 인구를 늘리는 것이 폭력 범죄 수준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아주 미미해 보인다. 범죄당 평균 수감 기간을 3배로 늘렸을 때 범죄 예방 효과가 강하게 나타났다면 폭력 범죄율은 떨어져야 했을 것이다. 분석에 따르면 폭력 범죄 한 건당 평균 복역 기간을 더 늘린다면 1975년부터 1989년까지 (복역 기간을) 늘렸을 때보다 더 큰 비율로 재범율리 올라갈 것이다. 이 분석은 예방 전략이 폭력에 대한 형사 사법적 대응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7년이라는 기간동안 수감률을 두 배로, 심지어 네 배로 높였어도 살인율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19세기의 위대한 의사로 손꼽히는 루돌프 피르호(Rudolf Virchow, 1821~1902 https://g.co/kgs/tsZP6i)가 있다. (중략) 피르호에게 정치 활동은 의사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질병을 고치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었다. (중략) 그는 전염병은 식품, 주거, 의복 관련 법을 조금 바꾼다거나 약으로 개별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여건을 사회, 경제적으로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급진적인 정책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썼다. "의학의 진보는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연장하겠지만 사회적 여건의 개선은 이러한 결과를 더 신속하게 더 성공적으로 성취할 수 있다. (바로 그래서) 의사는 본디 가난한 사람의 변호인이고 사회 문제는 넓게 보면 의사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인간을 다루는 과학으로서 의학은 사회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단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의학통계학은 우리의 측정 기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생명의 무게를 생명으로 달고 어디에 시신이 더 두텁게 쌓였는지를 볼 것이다. 의학은 사회과학이고 정치는 규모를 키운 의학일 뿐이다."

 

"Medicine is a social science, and politics is nothing else but medicine on a large sc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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