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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생각 없이 싸이를 두둔하다니

by wizmusa 2007. 7. 21.
 요즘 메타블로그에 싸이를 두둔하는 글들이 보입니다. 읽어봤지요. 타당성이 아예 없는 글들은 아니었지만 다들 '나라에서 병역특례제도를 만든 이유'를 잊었다는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더군요.

 싸이를 두둔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병역특례제도가 왜 있다고 생각하나요? 병역특례업체를 위해서? 그건 부수효과입니다. 병역특례제도를 나라에서 실시하는 이유는 '인재에게 기술을 갈고 닦는 시간을 중단시키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반도체 기술이든 프로그래밍 기술이든 군대가기 전 나이까지 제대로 갈고 닦아 인정할 만한 사람이라면 나라에서 적극적인 기술을 연마할 시간을 준다는 겁니다.

 싸이는 이점에서 틀렸습니다. 싸이는 가수입니다. 프로그래밍 기술을 계속 연마해서 소집해제 이후에도 프로그래머로 먹고 살 사람도 아니고 애초에 그런 실력도 없었습니다. 나라에서 지원해 줄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무슨 되지도 않는 기능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니 자격은 충분했다고요? 이건 말장난입니다. 나라에서 서류 자격에 관대한 기준을 두었던 것은 애초에 병역특례 TO가 충분하지 않으니 업체에서 알아서 엄격한 심사를 할 것이라고 전제를 둔 겁니다. 중학교 시절에 기능사 자격증을 땄으나 수학만 잘 해서 대학에는 못 간 프로그래밍 인재가 있다고 칩시다. 이런저런 학위는 없지만 병역특례업체로서 환영할 만한 뛰어난 인재라면 나라에서 막을 이유가 없는 거지요. 싸이가 이런 인재입니까? 당연히 아니지요.

 싸이가 잘못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수퍼맨 복장에 '이 옷을 입는다고 하늘을 나는 능력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라는 비상식적인 경고문을 부착하게 하는 부류의 사람들과 차이점을 보여야 할 겁니다.

 왜 싸이만 잡냐고요? 도대체 이런 수준 낮은 항변을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알고 그러는 겁니까. 모르고 그러는 겁니까. 어떤 교통경찰이 불법 유턴한 차량 10대 중 겨우 1대만 잡았다 치죠. 그 1대를 형평성 차원에서 풀어줘야 합니까?[각주:1] 싸이가 정 억울하다면 다른 공범들과 같이 군대를 가면 됩니다.

 혹자는 좀 다른 얘기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싸이는 병역특례 받았기 때문에 편한 생활 했다고 하는데 사실 병역특례 받은 자신은 힘들었다 등등. 잘 압니다. 전 컴퓨터공학과를 나왔고 제가 아는 병역특례 받은 후배들도 꽤 있습니다. 그 친구들 정말 쉽지 않게 일했습니다. 그런데 병역특례업체에서 일하는 게 쉽지 않다고 싸이를 두둔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싸이를 두둔하며 괴상스럽게 보상 심리를 채우지 마시고 다른 건설적인 방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싸이의 안티팬이라 이런 식으로 싸이에게 해가 될 수 있는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제 후배 중 하나가 병역특례업체에 가기 위해 꽤 노력했는데 결국 소방복무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병역특례업체에 편법으로 들어가는 사례에 대해 들은 것도 그 때가 처음인 것 같네요. 제가 싸이의 병역특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 같네요.
  1. 더구나 그 1대가 불법 유턴하느라고 누군가를 군대로 보냈죠. TO는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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