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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Enterprise Network Service의 시대가 왔다

by wizmusa 2008. 1. 22.

 개그 소재로까지 쓰였던 싸이월드 미니홈피,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facebook, 구글의 Orkut, 국내 벤처의 People2 등 같이 불특정 다수에 대한 네트워크(인맥) 서비스를 SNS(Social Network Service)라 한다면 기업 내부의 네트워크 서비스는 ENS(Enterprise Network Service)라 불러야 할 것이다. 같은 회사 사람끼리라면 그냥 전화 걸거나 이메일 보내면 되지 라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대기업뿐만 아니라 임직원이 몇 백 명 수준 이상인 기업은 ENS가 필요하다고 본다. 게다가 솔루션 판매라는 전통적인 수익 모델을 쓰기 때문에 SNS에 비해 ENS의 확산은 세간의 생각보다 빨리 진행된 편이다.

  ENS가 굳이 필요한 이유는 KM(Knowledge Management)에 있다. 꽤 많은 실패 사례를 양산했으면서도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필요성 때문에 KM 프로젝트는 끊이지 않았다. 덕분에 2007년도 현재에 이르러서는 제법 쓸 만한 업계 표준적 형태가 갖춰졌고 이러한 업계 표준적 형태 중 하나가 바로 기업 내부 인적자원 네트워크 서비스인 ENS라 하겠다.

  지금까지 얼추 갖춰진 ENS의 모양새는 다음과 같다.

  1. 기본적인 인적 정보 검색: 학력 같은 자칫 민감한 정보는 경영진의 결정에 따라 표시/검색 여부를 정한다.

  2. 개인화 페이지: 블로그, 보고서 등 각 임직원이 생산한 정보를 부여된 권한에 따라 한 곳에서 보는 게 가능하다.

  3. 주요 실적 검색: SI 및 건설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서부터 공장에서 많이 하는 TQM(Total Quality Management) 활동까지, 지식 근로에 해당하는 실적을 기록한다. (프로젝트 정보 외에 TQM 같은 실적은 기존 지식/제안 관리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가져오게 하는 게 좋다.)

  4. 나와의 관계 수준: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1촌 같은 설정 기능으로 1촌의 1촌을 명시적으로 검색 가능하게 한다. 무엇을 물어보더라도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 공통적으로 아는 사람이 있는 게 좋고, 시스템에 기록되기 애매한 정보도 1촌을 통해 사전 습득 가능하다.

ENS의 주요 목적은 앞서 말했다시피 KM에 있다. 경영진의 입장에서 임직원들이 친밀해지는 것도 그럭저럭 좋겠지만, 돈이 되는데도 기존의 KM에 저장하기 힘들었던 생생한 암묵지를 필요한 직원이 찾아 쓰게 함이 제일 큰 목적이라 하겠다.

 위와 같은 기능을 지원하는 KM 시스템은 이미 서구 사회에서는 보편화된 상태로, 저렴하게 구축하자면 MS Office SharePoint Server 2007(이하 MOSS 2007)을 도입하면 된다. MOSS 2007은 웹 2.0, 부연하자면 Enterprise 2.0을 지원하기 위한 기초적인 밑바탕으로 사용 가능하다. (담당 직원만 충분히 교육 시킨다면 점진적으로 개량해 나가는 게 어렵지 않다.)

  만약 MOSS 2007의 기본 기능이 부족하다면 가온아이, 롯데정보통신, 아시아나IDT, SK C&C 등에서 MOSS 2007 기반으로 만든 그룹웨어 제품을 도입해도 좋고, 아예 온더아이티 등과 같은 국산 KM 솔루션을 도입해도 좋겠다. 편차가 다소 있겠지만 MOSS 2007 기반 그룹웨어나 다른 국산 솔루션들은 세계적인 추세와는 살짝 어긋나게 발전하는 국내 기업의 특성을 잘 지원해 줄 것이다. 대개 솔루션의 수준 맞추기보다는 그에 앞선 컨설팅과 결정 과정이 어렵다고 본다.

 이렇게 ENS는 경영진만 마음 먹는다면 2008년도 현재에도 도입부터 시행까지 전혀 어렵지 않게 진행하는 게 가능하다. SNS와는 달리 솔루션의 틀이 정해진 편이라 위험 요소가 적고, 네트워크 구성원 간의 기본적인 신뢰도 이미 구축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ENS를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시키지 않기 위해 필요한 일이 좀 있다.

  1. KM 활동에 대한 실적 반영: 만약 누군가가 나를 ENS에서 검색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이 일이 실적이 되기는커녕 상사의 눈치만 받게 한다면 모르긴 해도 내 정보를 ENS에서 지우거나 축소할 것이다. 이건 그나마 시도라도 한 괜찮은 사례이고, 사실 직원도 모르게 유행이랍시고 그룹웨어에 포함 되어 ENS가 들어와 있는 경우는 벌써 많다. 전사 차원의 공지, 교육, 독려, 지원이 없기에 필요 없거나 모른 체 하여 안 쓰는 메뉴로 취급 받게 됐다고 본다. 이런 식으로 경영진 차원의 독려와 인사고과 상의 이익이 없다면 ENS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바로 사장된다.

  2. 건전한 ENS 활용 문화 유도: 누군가가 나를 ENS에서 검색해서는 "얼마 전에 C# 써서 프로젝트 하셨네요. 저한테 C# 잘 할 수 있는 방법 좀 가르쳐 주세요."라는 메일을 보냈다 치자. 해 줄 말이 없다. 서로에게 시간 낭비만 됐을 뿐이다. 질문하는 방법까지 가르쳐야 하냐고 반문할 만도 한데 세상이 좀 그렇다. 알아서 잘 한다면 '성희롱 예방교육' 따위를 법으로 강제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아울러 검색 문화 자체가 미성숙한 기업이 많다. 검색의 생활화부터 시작해야 ENS도 잘 쓰일 것이다.

 SNS에 비해 잘 보급되어 나가는 중이긴 했지만 ENS 역시 기본 방향만 정해진 초창기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KM과 좀 더 유기적으로 연동해야 의욕을 고취해야 하고, 기업에서 쓴다고는 하지만 재미(fun) 측면이 너무 없는 편이라 양적 확장이 힘들다. 때문에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famous 같은 자동 평가 요소를 도입하는 것도 좋겠다. 또한 미니홈피는 관계 설정 단계가 1촌만 있어서 불편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 왔는데 ENS야 말로 현재처럼 1촌에 해당하는 관계만 두는 게 부작용을 방지한다고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 쉬워야 한다. 지금은 기능이 적은 편이라 복잡할 게 없지만 기능을 추가한다고 해도 필요 항목이 자동으로 입력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강구하는 게 좋겠다. 또한 ENS 역시 물리적으로 구성된 시스템보다는 운영이 더욱 중요하다. ENS를 싱싱하게 살려 기업의 지식 기반을 단단히 하려면 자동화 되지 않는 항목의 입력과 갱신에 대한 독려, 성공 사례 전파, 부서장에 대한 인사고과 반영 등 그에 합당한 경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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