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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한국적 특성은 내다 버리길

by wizmusa 2008. 4. 29.
“외국 보안업체는 한국 특성 절대 이해 못해”
조선일보  2008.04.28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4/28/2008042800857.html

 한국적 특성이라는 말에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국내 업체를 보호해 주는 말 같지만 실제로는 특정 국내 업체만 보호해 주기 때문에 결국에는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것 밖에는 안됐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연구소는 영업에 취해 개발이 망한 전형적인 사례라고 단언합니다.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들도 가급적 국산 제품을 구매해 왔는데요. 가격적인 이점도 있었겠지만 애국심의 작용도 무시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거기에 특유의 영업이 더해지기도 했고요.

 그러고 보니 안철수 전 소장은 혜안을 가진 게 분명합니다. 굳이 회사 이름에 '연구소'를 썼지요. 그가 바랬지만 이루지 못한 뭔가를 지금의 안철수 연구소를 보고 짐작합니다. 안철수 연구소는 연구와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했습니다. 그렇지 못했던 V3는 결국 신용을 잃었죠.

 회사에서 백신 제품을 여러 개 씁니다. PC는 V3, 서버에는 외산 제품 두어 개를 쓰죠. 지금은 기억 나지 않는 바이러스가 돈 적이 있는데 외산 제품들은 자동으로 감지를 하고 패치가 내려와서는 치료를 했습니다. V3는 회사의 보안 담당자가 샘플을 떠서 보내줘야 했죠. 다음 날인가 패치가 나왔습니다. 듣자 하니 그런 일이 몇 차례 있었다고 하더군요. 외산으로 발견하고 국산에 패치를 요청하고.[각주:1] 보안 담당자가 서버용 백신으로 그 외산 제품을 선정한 이유를 알만 했습니다. 그리고 루트킷을 검사하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돌리는데 매번 뭔가가 감지돼서 치료를 합니다. 알약이 설치된 집의 PC에는 그런 일이 없고요. 개인적인 사례라 폄하하셔도 좋습니다.

 V3에 미덕이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V3 서버 제품도 몇 개 씁니다. 실험실에서 쓰는 프로그램이 깔린 서버와 외산 백신들의 실시간 감시 기능이 충돌을 하는데 우연히 시험해 본 V3 서버 제품은 괜찮더군요. 정식으로 구매해서 지금까지도 잘 쓰는 중입니다. 이런 식으로 V3에도 분명 강점이 있을 겁니다.

 안철수 연구소가 절망적이라는 얘기를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요사이 추진하는 종합 보안(토탈 케어)의 방향은 무척 좋습니다. 보통 사용자로서는 감당하지 못할 만큼 위협 요소가 증가하는 형국이니까요.

 그러나 V3라는 상표의 신용을 되찾지 못한다면 과연 MS의 원케어와 경쟁이 될까요? 빛자루가 알약이나 PC그린보다 나은 점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안철수 연구소는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V2가 자랑스러웠던 한국인 중 한 사람으로서 그런 걸 바라지 않습니다. 제발 분발해 주세요.

  1. 돈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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