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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안적인 KPI는 독이다

by wizmusa 2009. 11. 16.
 KPI를 정하기는 쉽지 않다. 좀 더 근원적인 지표를 정하지 않으면 피평가자들의 숫자 맞추기로 기업의 성과는 왜곡되어 버리고 만다.

 교통경찰로 예를 들면, 설마하니 실제로 채택하지는 않았을 '신호위반 단속 건수'와 같은 지표가 KPI 설정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일선 교통경찰들은 물론 운전자들까지 불행하게 하는 아주 나쁜 KPI이다.

 "이번 달 목표 건수는 팀 당 100건입니다."

 이렇게 탁상행정에 가까운 목표 설정을 당한 교통경찰 홍길동 경장은 '신호위반 단속 건수' KPI를 달성하기 위해 월초에 30건 정도 '해치웠다'. 그래도 가벼운 위반은 상황을 적절히 감안해서 잡거나 보내줬다. 중순에 가까워지며 며칠 동안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홍길동 경장은 일정이 여유로운 편이라 굳이 사거리에 나가지 않거나 나갔을 때에도 위태로운 위반 상황만 아니면 너그러이 '봐줬다'.

 중순이 지날 무렵, 홍길동 경장은 갑자기 다른 업무'들'에 차출되어 신호위반 단속 업무에 나가지 못했는데, 비까지 며칠째 그치지 않으며 일정이 빡빡해지자, 초조해진 나머지 짜증은 났지만 온종일 비를 맞아가며 딱지를 끊기 시작했다.



 삼 일 간 빗속에서 단속을 하다 감기에 걸려 몸이 괴롭다 보니 빨리 끝내고만 싶어 인정사정 없이 '목표치를 향해 달려 나갔다'. 드디어 비가 그치고 어느새 말일이 삼사일 남았을 무렵 목표 건수 100건은 달성하고도 남았다. 홍길동 경장은 다시 손짓으로 경고해 주는 너그러운 경찰관 아저씨로 돌아 갔다.

 다만 문제라면, 매달 일정 수준 이상으로 단속을 하는데도 여전히 교통사고 건수는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홍길동 경장의 담당 구역은 물론, 2006년 통계 기준으로 대한민국은 여전히 차량 1만대 당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109.7건으로 세계 1위이고, 사망자수는 3.2명으로 세계 3위(OECD 평균은 1.5명), 부상자수는 174.6명으로 세계 1위이다. (http://www.insnews.co.kr/issue/Hissue_hot_view.php?num=29142)

 이해를 돕기 위해 교통경찰을 예로 들었지만 이러한 사례는 실로 무궁무진하며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같은 전형적인 KPI야말로 왜곡하기가 정말 쉬운 지표이다. 마케팅, 홍보 비용으로 수억을 쓰면 당장 매출액은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은 결국 줄어 든다. 매출액만 성과 지표나 판단 지표로 삼았다가는 회사가 장부상 흑자인데도 골로 가는 수가 있다. 반대로 영업이익/경상이익 지표에만 촉각을 세우면 불요불급한 비용뿐만 아니라 필수적인 비용까지 지레 쓰지 않아 기업의 생존이 위협 받는 수가 있다. 연구 및 IT 예산을 근거 없는 약정 비율로 쳐내거나 PC방이 PC를 최신 사양으로 바꾸지 않거나 영업사원이 연말에 달력을 돌리지 않으면 고객은 떠나기 마련이다.


 다시 교통경찰 이야기로 돌아가 제대로 된 KPI를 만들어 보자. '신호위반 단속'이라는 행위는 대체 왜 하는 걸까? 바로 교통사고를 막기 위함이다. 부차적인 효과가 더 있겠지만 우선적인 목표는 사고 예방이라고 본다. 때문에 각 교통경찰관의 '담당 도로 교통사고 건수'가 좀 더 근원적인 KPI라 하겠다.

 그렇다면 왜 경찰청은 '교통사고 건수'를 KPI로 지정하지 않아 우리집 근처 OO종합병원 앞 유턴 금지 도로에는 날씨가 좋을 때에만 교통경찰이 대기(!)하는 걸까? (예를 든 것뿐이니 현실과 혼동하지는 말자.) 이유는 분명하다. 실질적으로 교통경찰만 나서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수치화 하기 쉽고 달성하기 쉬운 지표를 암묵적으로 선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담합을 깨기 위해 KPI를 활용한 성과 평가에는 '철학'이 필요하다. 그냥 단순히 KPI와 목표를 설정해 놓고 달성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은 피평가자를 사람이 아닌 가축 혹은 기계로 보는 저차원적이며 근시안적인 평가자의 철학을 반영하곤 한다.

  교통경찰 등수놀이가 아니라 진정 교통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삼는다면 과감히 '교통사고 건수'를 KPI로 삼아야 한다. 물론 사고가 많이 나는 곳과 적게 나는 곳을 성실히 조사하여 목표치는 기준에 따라 차등을 두어야 공평하다. 오히려 현재와 같은 일률적인 단속 건수 배당이야말로 명당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더불어 목표치를 밑돌더라도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성과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사정을 감안하되 누가 봐도 (대체로) 수긍하도록 투명한 정성 평가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객관적이랍시며 단순무식하게 수치만으로 평가를 해 봐야 현장이나 서류 상에서 조작 되기 마련이다. 성과 조작이 아니라 진정한 성과를 위해 힘쓰도록 유도하려면 평가자가 야박하지 않음을 보이는 게 좋다.

 이렇게 목표치를 적절하게 설정하고 정성적인 가감을 하는 평가 체계를 투명하고 탄탄하게 구축하는 데에는 최소 2 ~ 3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혼돈과 혼란의 도가니탕 속에서 중심을 잡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열매는 매우 달다.

 평가 시스템 아니, 평가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보다 근원적인 KPI를 운용하면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서 개선을 꾀하게 된다. 교통경찰이라면 신호 체계에 대한 연구에 업무 시간을 좀 더 할애하는 등 사후 단속이 아닌 예방 활동을 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관련 지식을 전수, 공유, 발전 시킬 것이다. 뭔가 잘 되는 모습이 눈에 쉬이 뜨일 것이라 감히 장담하는 바이다.

<연구 과제>

다음 기사를 읽고 이명박 대통령의 창업 권장과 실업률 KPI와의 관계에 대해 고찰해 봅시다.

MB "창업ㆍ중소기업 도전이 청년실업 해법"
연합뉴스 http://news.nate.com/view/20091116n02489?mid=n0202

2010/6/29 추가
요즘 경찰, 순찰차 세워놓고 돌아다니는 이유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7464

채 서장은 “경찰서 등급제에 의한 평가기준의 핵심은 검거에 있다 보니까 일제 검문검색을 하게 되는 거고, 그 파장으로 양천서 고문사건도 나온 것”이라며 “조직문화의 일환으로 나온 거라 확실하게 새로운 지휘부가 들어서서 새로운 경찰문화를 만들지 않으면 제2의 양천서 사건이 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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