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목표를 검색하면, "조직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일체의 과정"이라는 정의가 나온다. 이 정의를 따르면 기업경영의 목표는 "기업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일체의 과정"이겠다. 그렇다면 기업마다 경영의 목표가 다르다는 얘기인데 내가 아는 현실을 빗대어 보면 그런 것 같지가 않다.
대기업만 놓고 봤을 때 기업경영의 목표로서 주주가치 극대화 1가 많이 회자됐다. 우리나라는 흔히 문어발로 비유하는 재벌이 융성해온 터라 얘기가 또 달라지긴 한다. 대개 한국 재벌은 막연히 주주보다는 오너 집안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도구라고 여겨지는데, 그렇게 결론 짓기에는 재벌의 일관성도 꽤 견고하다는 측면이 있다. 2 서구식과 한국재벌식의 경영 목표의 차이는 짚고 넘어갈 만하다. 3
도덕적 해이에 따른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서구식이나 한국재벌 모두 차이는 없었다. 갑을병정, 차떼기, 무보수야근 강요, 비정규직 양산 등 대한민국의 현실에 질렸다면 서구식이 얼핏 깨끗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4저 유명한 엔론은 물론, 이름 한 번 들어봤을까 말까하지만 꽤 많아서 놀라울 정도인 다국적 기업들의 범죄에 비해 한국기업들의 범죄규모는 새발의 피 정도다. 윤리의식의 차이인지 기업규모의 차이인지는 몰라도 규모에서 차이가 나기는 난다.
더불어 대한민국 재벌도 IMF 이후에는 주주가치 극대화를 종종 천명한다. 주주가치 극대화의 대부격인 잭 웰치도 2009년에 때려 치운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낡은 개념을 2014년에 줏어 쓰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서구식과 한국재벌식의 차이가 좁아진 일례임은 분명하다. 정말 돈이나 버는 게 기업경영의 궁극적 목표였을까? 애초에 그 정도 깜냥의 창업자와 2세 상속자였다면 큰 성장을 이루지는 못했을 것이라 판단한다. 정말 야비하기만 한 '사장'들은 재벌 소리를 들을 만큼 기업을 키우지 못했다. 5
미션 재정의가 드문 일은 아니지만 아래 사례와는 달리 꽤 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별 수 없이 지상낙원 추구라는 지나치게 추상적인 이상을 미션으로 삼은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렇다면 주주가치 극대화라고 불렸던 "돈이나 벌어라."라는 주문이 이런 기업의 퇴색한 정체성을 그대로 비추는 건 아닐까? 꼭 창업 초기의 정체성 6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만 절대선이라는 건 아니다. 다만 행동기준으로서의 기업경영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대해진 기업조직은 위험하다. 조직의 와해를 피하기 위해 7 마냥 돈만 버는 방향으로 흘러갈 게 뻔하다. 국가라는 경계가 무색하게 커져 눈치 볼 것 없는 기업이 무슨 짓을 할지 한계를 모른다는 건 참 무섭다. 8
■ 미션 재정의 사례
1. Xerox: We make copying equiment. → We help improve office productivity.
2. Standard Oil: We sell gasoline. → We supply energy.
3. Columbia Picture: We make movies. → We make entertainment.
-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기업의 목표가 분명한 듯싶다. "OO로 가치를 제공하여 돈을 벌자." [본문으로]
- 최근 바뀌고는 있다고 하지만 뭘로 바뀌어 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본문으로]
- 물론 다들 건설사를 소유하긴 했다. [본문으로]
- 대표사례: 엔론 [본문으로]
- 사이비 종교 혹은 그 비슷한 것과 섞인 사례가 있기는 하다. 자신조차 속여 넘긴 경지의 사기꾼들이라 일반적이지 않다고 본다. 일제와 군사독재 부역 역시 특이한 경우이다. [본문으로]
- 비전을 선행개념으로 설정하고 미션을 끼워 맞추는 Visionary Company라는 말도 있긴 하다. (사례: 3M, Boeing) [본문으로]
- 초심이라는 말이 남용된 편이라 껄끄럽긴 하다. [본문으로]
-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조직을 지키려는 본능이 강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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