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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안 보이는 비용을 숨기는 배임을 야기하는 조직문화

by wizmusa 2021. 12. 23.

 

별안간 MS Onedrive가 되새겨준 과거 이미지 자료

전산실에서 일하던 시절에 고객사 연하장 이카드를 구성한 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용 서비스를 쓰면 간단하다고 판단하건만, 당시 현업은 비용절감을 위해서 전산실이 개발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별 수 있나. 카드 이미지 후보군을 추리기부터 해서 기존에 있었던 메일 발송 프로그램을 어찌어찌하여 만들고 보냈다. 이 과정에서 차마 언급하기가 구질구질한 일들이 벌어졌다. 그런 식으로 연하장을 보내고 나서 현업 담당자가 사장님에게 칭찬을 받았는지 어땠는지 잘 모르겠다. 상용 서비스 쓰는 데에 수십만 원이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SAP로 관리회계까지 짱짱하게 구축한 대기업에서 겨우 그 돈 아꼈다고 칭찬했다면 당시 사장님 가치판단 기준을 납득해야만 하는가 싶다. 설마 안 했겠지.

 

SAP CO(Controlling, 관리회계) 모듈과 세부 기능

당시 나는 business intelligence와 이런 저런 업무 포탈을 직접 담당하거나 중간관리하는 업무가 본업이었다. 사람을 여유 있게 두는 조직문화가 아닌 곳이니 그 일을 하느라고 본업은 미루는 수 밖에 없었다. 연하장 보내는 비용은 아꼈겠지만 데이터를 활용해서 가치를 창조할 기회비용은 날려버린 셈이다. 사실 그 일만이 아니라 본업할 시간을 뺐는 일은 참 많았다. 내가 전산실을 떠날 결심을 굳힌 이유는 이런 것들이었다.

내가 리포트를 만들든 큐브를 만들든 본업에 충실하는 게 고객사를 위해서 가장 좋은 일 아니었을까? 고객사가 내게 들였던 돈은 제대로 쓰인 걸까? 이런 상황을 현업 담당자의 사적 일탈로 봐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개인차야 크겠지만 그도 속한 조직문화가 암묵적으로 강제한다고 여겼기에 그런 의사결정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고객사 사장님 잘못일까? 책임이 없지는 못하다. 자신이 조직 전체에 끼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한 책임은 크다고 본다.

 

BCG Matrix

연하장 같은 일이 쌓일수록 조직 전체에는 나쁜 신호로 작용한다. BCG 매트릭스에서 개에 속하는 기업조직이라면 이미 조직에 비용절감이 최우선이라는 공감대가 퍼졌을 테고, 실제로도 미덕으로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고객사는 절대 개에 속하는 업종이 아니었다. 물음표, 스타, 캐시카우가 혼재하는 희망찬 산업이었다. 조직문화가 그런 식으로 흘러가게 두어서는 안 되었다.

그곳을 떠난 이후로 스스로 간 적은 없어도 어쩌다 떠올리면 마음이 좋지 않다. 지금이라도 쇄신해서 내가 뭐 숟가락 얹을 데 없는지 기웃댈 조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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