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한민국 개발자 연봉 수준은 업계 별로 천차만별이면서 딱히 높지 않습니다. 높았다면 인도, 동남아, 중국 개발자 개인이 한국어를 익혀서 이미 몇 년전부터 한국에 대거 들어와 일하고 있었을 겁니다. 특별한 기술 없는 외국인 육체노동자는 여기저기에서들 많이 입국했어도, 진입장벽이 낮지 않은 개발자는 미국에 가면 갔지 딱히 한국으로는 들어오고 있지 않습니다. 연봉수준이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주변에서 불법체류 개발자를 본 적이 있나요?
https://www.yna.co.kr/view/GYH20190718001100044
개발자 혹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연봉 적정성은 미국, 다른 외국, 한국을 따로 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 개발자 연봉 수준이 그저 그럴 때에 외국 혹은 미국만은 고공행진했어도 이상하게 여길 이유가 없었 듯이, 이미 상당히 높았던 미국 개발자 연봉 수준 상승세가 주춤한다 해도 한국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덜합니다. 미국 개발자는 커녕 여전히 인도, 동남아, 중국 개발자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연봉 수준은 물론 전반적인 조직문화와 조직 내 소프트웨어 역량도 문제가 있는 편입니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내부역량이 약하기 때문에 요구사항이 바뀌기 일쑤라, 개발자가 사양만 가지고 일하지 못하는 통에 고생한다는 현실을 외국 개발자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십 년도 전에 오프쇼어나 SI 외주 개발로 겪어봤거든요.
대한민국에는 최근 몇 년 들어 좀 나아지긴 했지만 IT가 비핵심분야라는 식의, 다시 말해 내 일 아니라는 인식이 굳건합니다. 심지어 SAP 같은 완성도 높은 패키지 솔루션에 있는 기능도 잘 설정하여 쓰는 회사가 드뭅니다. 닦고 조이고 기름쳐야 하는 건 IT도 마찬가지인데, 비용 센터로만 여겨서 건드리기조차 싫어합니다. IT가 없으면 돌아가지 못할 조직도 그런 식입니다.
https://www.hani.co.kr/arti/science/technology/1017160.html
그래도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투자는 잘해 왔던 터라 인당 로봇 밀도가 명실상부 세계최고인 한국이 이제서야 겨우 소프트웨어 인력에 제대로 투자하려는 시기를 맞았습니다. 여전히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개발자를 고깝게 보는 경영자가 많아서 걱정스럽습니다. 그럴 때가 아닙니다. 이제는 단순히 코딩하는 개발자를 늘리는 수준이 아니라 IT를 활용하는 경영 기획 역량 또한 키워야 할 때입니다. ChatGPT가 나도 모르는 내 맘을 알아주길 기대하는 자세는 너무나 안일합니다. 인공지능이 사람은 물론 다른 업무 시스템, 심지어 사외의 시스템과 정보를 재빨리 주고 받아야 하는 시대가 벌써 왔기 때문입니다. 노코드건 레스코드건 IT가 조직에 더욱 녹아들어야 평평해진 지구에서 싸워볼 만해집니다. 조직에 이같은 역량과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 자연스럽게 개발자 몸값따위로 고민을 하지 않게 됩니다. 적당한 사람을 두거나 찾을 줄 알기에 물흐르듯 합리적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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