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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미디어를 넘나드는 '다른 방식으로 듣기'

by wizmusa 2023. 10. 16.

다른 방식으로 듣기 - 스트리밍과 노이즈캔슬링 시대에

데이먼 크루코프스키 (지은이), 정은주 (옮긴이) / 마티 / 2023-03-02

원제: Ways of Hearing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3133855

 

MP2 파일은 PC통신 나우누리에서 본 적이 있고 냅스터는 쓴 적이 없고 소리바다는 좀 쓰다 말다 하던 중에, 어느새 온라인 스트리밍이 대세가 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타워레코드는 이제 정말 옛날 얘기입니다. 이 책은 옛날이 좋았다는 식의 아날로그 예찬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되돌아 볼 시간을 줍니다. 작금의 디지털 음원은 쨍하니 맑고 깨끗함이 미덕입니다. AI를 포함하여 기술이 발전하면서 아날로그 음원이 곁들여 주었던 느낌을 다시 찾을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레코드니 바이닐이니 하는 어휘가 생소할 만합니다. 그럼에도 주변을 둘러보면 유달리 아날로그 매체(media)에 관심을 가지는 또래도 있을 겁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아날로그 특유의 부수적 정보가 주는 느낌을 좋아해서일 겁니다. 부수적 정보라 함은 디지털 음원과는 달리 없애지 못하는 잡음과 더불어 여러 소리들이 어우러지는 현장감 등을 일컫습니다. 어떻게 보면 낭만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여러 과거사가 낭만으로 다가옵니다.

 

이 책을 읽다가 본받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디지털, 아날로그 음원 얘기 외에도 음악 사업 분야 여러 방면의 기술을 다루면서도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술술 읽힙니다. IT 업계에 종사하며 의사결정권자와 이해관계자에게 설명하는 일도 해온 터라, 이해하기 쉽도록 거부감 없이 필요한 만큼 기술과 원리를 설명하는 솜씨가 부러웠습니다.

 

책 뒤표지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긴 듯한 구성은 지루하지 않게 합니다. 사전 지식 없이 완독하고 뒤표지에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발견하여 저자가 언급한 파드캐스트 방송 사이트를 찾았습니다. (https://www.radiotopia.fm/showcase/ways-of-hearing) 2017년에 방송했던 시즌을 책으로 옮겼던 모양입니다. 방송은 무료로 청취 가능합니다. 언제가는 저도 이런 구성으로 뜻이 맞는 사람들과 책을 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갑게 느껴지곤 하는 기술을 따뜻하게 전하고 싶습니다. 마음부터 따뜻하게 먹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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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 디지털 스튜디오의 전문 음악 프로듀서와 엔지니어는 레이턴시에 대해 항상 걱정합니다. 그로 인한 시차는 아주아주 미미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항상 발생합니다. 따라서 곡을 구성하는 다양한 레이어의 싱크가 틀어질 위험이 항상 존재해요.

 - 아날로그 시간(느려지거나 빨리지는 유연한 시간, 템포 루바토)의 경험에는 레이턴시와 뚜렷이 구별되는 것이 있고, 뭔가 불분명한 시간의 감각이 있습니다. → 이런 감각이 라이브를 즐기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봄.

 -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의 주의 는 여기서 저기로, 다시 여기로 옮겨 다니죠. 누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 당신은 고개를 듭니다. 지하철에 두 사람이 함께 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리면 당신은 오른쪽으로 자리를 비켜 둘이 나란히 앉게 해줍니다. 이와 같은 작은 제스처를 통해 당신은 데이먼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실행하고 팟캐스트가 일으킨 역설을 해소합니다. 디지털 사운드스케이프에서 사라졌던 소음을 되찾는 한편 우리 모두를 지탱하는 사회 연결망 안에서 당신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게 되죠.

공간

 - 나머지 모든 것은 잡음, 즉 정말로 듣고 싶은 소리의 청취를 방해하는 것으로 여겨지게 됐죠. 따라서 오디토리엄은 흡음이 더 잘 되고 잔향을 줄이도록 설계되기 시작했어요. 일부 오디토리엄 디자이너들의 표현을 빌려 가장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벽은 사실 필요학에 불관합니다. 나쁜 날씨를 막아주고 뭔가를 걸 수 있게 해주기는 하죠. 하지만 음향적으로 이상적인 오디토리엄은 벽이 아예 없여야 한다는 겁니다.

 - 어릴 때 제가 살던 집에서 늘 들어 익숙한 도시의 웅웅거림이 들려왔지요. 그렇지만 케이지와 커닝햄이 사는 건물은 그렇게 높지 않았습니다. 아래쪽 거리에서 나는 개별 소음(버스 소리, 경적 소리, 고성 등)이 훨씬 가깝고, 더 분명하고, 훨씬 더 크게 들렸습니다.

사랑

 - 구형 아날로그 전화기와 달리 휴대폰응 마이크에 잡힌 소리의 전 범위를 전송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 대신 디지털 처리를 합니다. 그 소리를 압축하고 엔지니어들이 불필요한 것으로 판정한 데이터는 모두 제거하는 것이죠.

권력

 - 마이클 잭슨과 스팅의 신보가 같은 주에 나왔다고 치면, 둘의 음악은 매우 이질적이지만 발매 시기가 같기 때문에 사람들이 동시에 들어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마이크 잭슨을 좋아하시면 스팅도 좋아하실 거예요.'하는 추천이 뜨기 시작할 수 있죠. 이건 그리 좋은 추천이 못 됩니다.

 - 음악의 경우 소셜 추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우리가 눈을 돌린 건 전반적인 음향적 유사성을 찾아내는 기술이었죠. 마이클 잭슨의 그 노래와 스팅의 그 노래는 사실 하나도 안 비슷하니까요. 그런데 이 역시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여러 문제가 있었는데 예를 들어 하프시코드는 사실 디스토션을 건 기타와 소리 파형이 상당히 비슷하게 나타나거든요. 그래서 헤비메탈을 좀 틀다 보면 바흐의 카논을 추천받게 되는 거죠. 신통치 않았죠.

 - 온라인에 앨범 리뷰를 쓰는 사람들이 있고 인기 있는 앨범은 수도 없이 많은 리뷰가 올라옵니다. 그래서 이 텍스트를 전부 가져와서 데이터마이닝을 수행하고 그걸 바탕으로 어떤 음악인지를 파악한다는 개념입니다. 이 기술은 정말 잘 작동하긴 했는데, 그래도 또다시 결함이 발견됐습니다. 리뷰가 1만 개가 안 되는 신인 아티스트의 경우 추천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거죠.

 - (페이스북, 구글) 그들은 우리가 이미 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찾기를 원해요. 구글은 우리의 물음에 단도직입적인 답을 주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질문을 뒤집거나, 애초에 그런 질문을 왜 하는지를 문제 삼는 초현실주의적인 대답을 내놓지는 않죠. 페이스북은 우리에게 생면부지의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알거나 간접적으로라도 아는 사람을 연결해주려 합니다.

 - 세계 최고의 서점 중 하나는 샌프란시스코의 시티 라이츠입니다. 아마존이 주장하는 것처럼 규모가 최대여서가 아니에요. 시티 라이츠는 1953년에 시인 로런스 펄링게티가 처음 문을 연 작은 건물에 그대로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이 멋진 이유는 정말 신중하게 고른 책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직원들은 아는 것이 정말 많아요.

 - (구글, 애플, 페이스북) 그곳에서 여러분은 무엇을 물을지 이미 아는 상태에서 질문을 하고 원하는 답을 얻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에 이미 동의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보게 됩니다. 그 의견들을 강화해주는 뉴스를 접하고, 같은 정보를 받아 보는 사람을 마주칩니다. 이것이 이상적인 경험이 될 수도 있겠지요. 만일 여러분이 '원하는' 것이 여러분이 원하는 것의 '전부'라면요. 그런데 다른 무언가도 기대한다면, 그렇다면 어떨까요? 그 다른 무엇이 저 막강한 기업들은 전혀 제공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면요?

신호와 소음

- 표면 잡음이 발생하는 LP를 생각해보세요. 볼륨을 높이면 잡음도 따라 커집니다. 그러면 이 팟캐스트 같은 디지털 신호는 어떨까요. 이 매체에서는 소음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 매체에서는 소음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LP 표면에서 나는 잡음도, 카세트테이프라 돌아가면서 나는 히스(hiss) 잡음도, 라디오의 지직거리는 잡음도 없습니다. 따라서 볼륨을 높이면... 그냥 소리가 커지죠.

팟캐스트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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