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게임이라고 하면 여전히 음지문화로 치부됩니다. 페이커 이상혁 선수에 대해서도 월드챔피언십 우승자라기보다는 중국에서 백지수표를 제시했어도 거절할 정도로 많이 벌었고 큰 집을 사서 잘 꾸민 부자라서 마지못해 인정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기성세대에 국한했겠습니다만, 게임 업계에 대한 인상이 나쁜 게 단순히 편견이기만 할까요?
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쁜 이유 중 하나는 학생, 특히 남학생이 공부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는 걱정입니다. 디아블로 게임이 출시했던 해에 고3 남학생 수능 시험점수가 전년에 비해 낮아졌다고들 합니다. 이런 문제가 상당히 악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또 다른 상당한 이유로는 게이머 문화, 다시 말해 게임 커뮤니티 문화가 음습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엄마 안부를 묻는다'는 욕설 및 독설 문화, League of Legend(LoL) 게임에서 두드러진 폐혜인 트롤 문화들이 문제입니다. 게임 초보자가 봉변을 당하는 모습은 게임업계 바깥 사람이 보았을 때에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장일 뿐입니다.
게임 내에서 부리는 행패는 피해자가 대외적으로 하소연하지 않는 한 대개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게임 업계 바깥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나쁜 이유는 각종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패악질 탓이 큽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게임 플레이어 10명 중 7명은 특정 게임과 관련한 '유해한 커뮤니티' 때문에 그 게임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Positive Game Cultures are Good Business
https://www.takethis.org/2023/07/positive-game-cultures-are-good-business/
By Rachel Kowert, PhD · July 7th, 2023 · Announcements, Research
이 연구는 정신 건강 단체 'Take This'의 연구 책임자인 레이첼 코워트(Rachel Kowert) 박사가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의 목적은 게임 산업의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었고, 특히 유해한 커뮤니티가 게임의 상업적, 재정적 성공과 팬과 플레이어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Kowert 박사는 "유해한 게임 커뮤니티는 커뮤니티의 안녕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비디오 게임의 수익에도 나쁘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통계에서 플레이어 10명 중 6명은 게임 내 혹은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욕설, 혐오 문화때문에 게임에 돈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나타났습니다. 특기할만 하게도, 이러한 게임 문화에서 여성 플레이어들이 학대를 당하는 와중에 남성 플레이어들은 지출을 늘렸습니다.
Kowert 박사는 게임회사가 안전하고 긍정적인 커뮤니티를 육성함으로써 큰 수익을 내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욕설, 인종차별, 홀로코스트 부정, 여성 혐오, 위협, 강간 및 살해 협박을 내뱉는 플레이어에게 응당한 조치를 하는 게임은 수익이 54% 증가했습니다.
한국의 게임회사는 이 사안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모범적인 사례가 보이지 않습니다. 게임회사 홈페이지보다는 디시인사이드, FM코리아, 일간베스트같은 커뮤니티 사이트의 영향력이 크다고 핑계를 댈 수도 있겠습니다. 자정작용이 불가능한 임계점을 넘었다고 볼 만도 합니다. 국내 게임사는 언제인가부터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보다는 이 문화에 익숙한 플레이어 한 명에게서 매출을 많이 뽑아내는 비즈니스 모델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상당히 성공적이었음은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내버려 두어도 될까요? 2024년부터 고객을 호구로 만드는 추세가 어떻게 될지는 게임사가 절실하게 느낄 겁니다. 사용자의 시간이라는 한정적인 자원 pool을 두고 게임만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가 겨루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돌 '시장'은 게임 업계못지 않게 고가의 악수회 등 수익모델에 병폐가 심한 것조차 닮았습니다. 아직까지 고객 그룹에 교집합은 크지 않습니다만, 수익 모델 자체는 지독히 부정적으로 닮아가는 중입니다. 돈이 많은 회사들이라 내버려 두는 것뿐이지 계도가 필요해지면 정부는 선거를 의식해서라도 나설 수밖에 없을 겁니다.
때문에 경멸스러운 방구석 욕쟁이들을 끼고 돌면서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지 잘 판단해야 하겠습니다. 애증이 아니라 존경을 받는 기업이 되어야 존속이 가능할 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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