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6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코카콜라는 폭발적인 성장을 했기에 유사 제품이 속속 등장했으나 알다시피 생존해낸 경쟁자는 손에 꼽힌다. 그 중 펩시콜라는 부동의 1위인 코카콜라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해 온 특기할 만한 사례이다.
1934년, 펩시콜라가 코카콜라의 독주에 제동을 건 수단은 전통적인 마케팅인 저가 전략이었다. 코카콜라가 5센트에 6.5 온스 한 병을 살 수 있었던 것에 반해 펩시콜라는 12 온스 한 병, 즉 두 배 정도 큰 용량을 살 수 있었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을 겪고 있던 터라 펩시콜라의 대용량 차별화라는 저가 전략은 큰 효과를 거두었다. 반면에 코카콜라는 자동판매기에 주력하여 판매량을 늘리려고만 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펩시콜라에게 호재로 작용하여 펩시콜라는 코카콜라의 단순 아류가 아닌 경쟁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펩시콜라의 저가 혹은 대용량 차별화 전략은 코카콜라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었지만 코카콜라로서는 이를 쉽사리 따라 하기가 녹록하지 않았다. 몇 십 년간 코카콜라는 그 특유의 병 모양을 상징으로 썼는데 그 모양은 12 온스 병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코카콜라가 부동의 1위이자 원조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1등 공신이었던 병 모양이 약점으로 바뀐 셈이었다.
그러나 펩시콜라의 전략은 코카콜라를 제치지는 못한다는 한계를 지녔다. 12 온스 병 출시 자체가 코카콜라의 고착된 이미지를 공격하는 것이었는데 그 후로도 오랫동안 펩시콜라의 마케팅은 ‘콜라병’을 공격하는 것에 치중했다. 이는 펩시콜라에게 매출 향상이라는 득을 주었지만 만년 2위 이미지라는 멍에까지 지워 주었다.
코카콜라는 펩시의 마케팅에 분명 약점이 있었는데도 결과적으로는 수세적인 입장에서만 마케팅을 했으며 시장 선점자라는 이미지는 고리타분하게 비춰질 때가 많았기에 2위 업체인 펩시콜라의 성장을 수수방관할 도리 밖에 없었다. 다행히 청량음료 시장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급격하게 성장했고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치열했지만 여유롭게 파이를 나누어 왔다.
http://en.wikipedia.org/wiki/File:VanillaCoke.JPG
기술의 발달로 캔 용기가 등장하는 등 시대가 변함과 함께 코카콜라는 반격을 시작했다. ‘오직 그것뿐’, ‘코크뿐’이라는 슬로건은 코카콜라의 근원적 성격을 강조했고 시종 코카콜라를 의식한 마케팅을 펼쳤던 펩시콜라의 약점을 제대로 공격했다. 반 세기가 훨씬 넘게 지속된 2위 업체라는 멍에가 확고부동해진 것이다.
그럼에도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모두 매출은 증가했다. 소비자의 기호가 변함을 감지하여 뉴코크 같은 걸 만들었다가 외면 받는 등의 부침은 있었지만,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공방은 소비자의 관심을 잃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저칼로리 다이어트 음료를 출시해야 하는 등 탄산음료의 매력이 떨어져 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콜라의 생명력은 강하다.
http://en.wikipedia.org/wiki/File:Pepsi_Blue.jpg
코카콜라가 청량음료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지만 펩시콜라와의 격차는 줄어든 이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본다. 언젠가부터 둘은 굳이 끝장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청량음료 시장이라는 파이의 크기를 유지하려면 혼자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겠다. 코카콜라는 계속 원조 마케팅을 펼치고 펩시콜라는 계속 코카콜라의 구태를 공격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의 존재를 부각하고 교묘하게 장벽을 쌓아갈 것이다.
"Pepsi Challenge" by Sean Loyless, used under CC BY / Desaturated from original
펩시콜라의 공격적 마케팅은 처음에는 생존의 일등공신이었으나 나중에는 2위 업체라는 족쇄가 됐다. 코카콜라와의 공방전을 반 세기가 지난 지금에 와서 보니 펩시콜라의 우연한 2위 자리매김이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모두 살린 게 아닐까도 싶다. 소비자의 머리에서 코카콜라의 자리를 허물지 않음으로써 다른 음료들이 청량음료 시장을 허물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전한 웰빙 열풍으로 청량음료 시장의 안위가 그리 밝지만은 않은 지금 펩시콜라의 마케팅 전략은 암묵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을까?
“격차는 좁히는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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