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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고객을 대접할 생각도 해보라

by wizmusa 2024. 6. 6.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핸드폰', '휴대폰', '손전화'는 feature phone으로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이 흥하면서 기존의 '마트'는 '오프라인 마트',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리곤 합니다. 신개념이 등장하면서 멀쩡하게 역할을 다하던 개념은 대체로 '구개념'으로 여겨지게 됩니다. Smart와 feature, on-line과 off-line은 분명 중립적인 구분임에도, 구개념이 기능하지 못하는 영역을 신개념이 채우며 등장함에 따라 별 수 없는 인식 변화가 생기곤 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은 저렴하다는 장점 외에 바로 문 앞까지 배송한다는 장점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일부러 입장 고객의 동선을 늘린 마트를 돌고 돌며 채운 장바구니를 들고 주차해 둔 차에 싣고 운전해 귀가하는 스트레스가 사라졌습니다. 자가용이 없으면 귀갓길이 고달프기까지 합니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마트에 장점이 없었을까요? 요모조모 적당히 그루핑하여 전시한 상품을 살피기에는 태블릿으로도 조그만 화면보다는 매대에서 실제로 봐야 속이 시원합니다. 매대 주변의 친절한 종업원에게 요리법을 물어보기도 하고, 제 아내는 소소한 문답 끝에 분유회사에서 제공하는 증정품을 더 받기도 했습니다. 일단 시험해 보고 좋으면 구매하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언제까지 가능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느새 매대 주변에서 종업원을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뭘 물어볼 도리가 없습니다. 어느새 고객이 덜 찾는 매대에서 결품이 발생해도 모르고 몇 시간, 며칠이 지나버리는 사고가 나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결국은 계산대에서마저 종업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비용 줄이려다 손님까지 줄었다”…셀프계산대의 역설? 매장들 ‘울상’
손미정 헤럴드경제 2024/01/27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258434

 
그나마 멤버십 마일리지부터 뭔가 하나라도 더 챙겨주던 전문인력이 사라지니 '오프라인 마트'를 찾던 발걸음은 더욱 뜸해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마트는 즐거운 곳이 아닙니다. 부산스럽게 붐비는 타인 무리에 치이거나 반대로 인적 드문 매대 사이를 의아한 마음으로 지나고, 진열한 상품을 둘러 보며 눈요기를 하기보다는 필요한 물건만 찾고 또 찾아 나가다가, 감시를 받으며 일일이 상품을 조준하고 태깅하며 결제하는 과정 모두가 고생스럽기만 합니다. 분명 예전에는 피곤하더라도 이 정도 괴로운 느낌까지는 아니었습니다.
 

[프롬프트] 대형 마트의 사람 없는 계산대를 삽화 형식으로 그려줘.
DALL·E 3로 생성한 '삽화 스타일로 그린 대형 마트의 사람 없는 계산대'

 
대기업은 왜 대형마트 유통업을 시작했을까요? 단순히 돈이 많이 벌려서일까요? 고작 그 정도 동기로 기업이 지속가능한가요? 절대 아닙니다. 재무는 중요하지만 숫자만 보고 있어서는 현장에 존재하는 희로애락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악수에 악수를 거듭할 수밖에 없습니다. 독과점 상황에서는 당연스럽게 버티겠으나 관성을 깨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할 때까지입니다.
 
정석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다시 고객을 바라 보고 적절히 그루핑하여 어떤 기쁨을 줄지 고심하면 길이 열릴 거라 봅니다. 백 원, 이백 원 차이를 따져야만 하는 고객은 온라인 쇼핑몰에게 넘길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 외의 고객에게는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고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를 직접 돌아 손님들 얘기를 들었을까요? 이걸 할 줄 아는 경영진은 돌파구를 찾고도 남을 거라 감히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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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상점'이라는 오프라인 매장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주로 장사 잘하던 임차인을 쫓아내서 자리를 빼앗았거나 빼앗고 싶은 건물주들이 벌이는 짓거리입니다. 소비자에게는 다소 저렴한 아이스크림 등을 제공하긴 합니다. 반면 동네 치안을 해치는 흉악한 얌체짓이기도 합니다. 사람 빼서 두루 좋은 일하는 사례가 별로 없습니다.

[설왕설래] 무인점포의 명암
김기동 논설위원 세계일보 2024/05/15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3933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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