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문현 조선호텔 도어맨은 퇴직 이후에 호텔의 요청을 받아 복직하여 47년 간 일하는 중입니다. 매일 오전 5시 반에 출근하여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합니다. 제가 알던 도어맨은 차를 타고 도착한 손님에게 문을 열어주고 짐을 들어주는 역할이기만 했습니다. 권문현 씨는 회사가 요구하지 못했던 세세한 서비스를 강구했습니다. 하찮게만 보면 '문 열고 짐 드는' 게 고작인 직무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었을까요? 무엇을 더 하면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을까요?
“서비스는 디테일(detail)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택시를 타고 온 손님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수증을 받기까지 몇 초가 걸리는 만큼 속으로 ‘하나, 둘, 셋’ 센 뒤 문을 엽니다. 날씨가 덥거나 추울 때도 마찬가지로 차 문을 천천히 열고요. 단골은 한 발 더 들어갑니다. 차에서 내릴 때마다 벗었던 신발을 갈아 신는 습관이 있는 손님도 민망하지 않도록 차 문을 늦게 엽니다. 많이 챙겨주기를 바라는 손님에겐 고개를 45도 숙이고, 부담스러워하는 손님에겐 고개를 15도 숙일 정도로 신경 씁니다. 즐겨 찾는 동선이 있을 땐 먼저 안내하기도 하고요. 어느 서비스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도어맨에게 요구하는 디테일은 그런 것 아닐까요.”
고객들 이름과 성향을 꼼꼼하게 기록해 두어서 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의원이던 시절 차량번호를 아직 기억할 정도입니다. 부사장에서 승진한 단골에게는 바로 “사장님”이라 부르니 어느새 VIP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한답니다.
회장님 왔는데 "차 문 열지 마"…47년 '전설의 도어맨' 비결 [더 인터뷰]
김기환 중앙일보 2024/07/19
https://v.daum.net/v/20240719050046506
(꼰대가 되지 않는 법 등 찾아볼 만한 구절이 많습니다. 기사를 직접 보시길 바랍니다.)
기사를 읽고 나서 저 분이 얼마나 받을지 속물적인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무려 '단골 호텔'을 두는 VIP가 방문할 때마다 흐뭇한 첫인상을 주어야 하는 도어맨의 중요성을 호텔은 얼마나 인정하고 있을까요? '문 열고 짐 드는' 것이나 아는 초짜 도어맨이 진상 고객까지 감복하게 하는 프로 도어맨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급여도 영향을 상당히 끼치는 자긍심이 얼마나 작용해야 할까요? 권문현 씨는 이미 고 김대중 전대통령 때부터도 정부 행사에 초청 받았고 저서도 있는 유명인사입니다. 좀 더 검색해 보니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도 출연했습니다. 권문현 씨에게는 예외적으로 좋은 대우를 할 법합니다. 제 기억에 서울시 소공동에 있는 웨스틴 조선호텔은 주차 안내하는 도어맨들도 상당히 활기찼고 인상이 좋았으며 1층 카페 커피가 맛있어서 두루 인상이 좋았습니다. 권문현 씨만이 아니라 다른 직원에게도 합당한 대우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호텔 업계 전반을 보면 직원 처우가 좋지 못해서 상대적이기만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른 호텔을 많이 겪은 VIP 입장에서는 도어맨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기에 권문현 씨 사례가 유독 두드러지는 걸지도 모릅니다.
권문현 씨는 CRM 대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호텔 업계에 이 분같은 대가가 특이한 사례인지 유명인사가 아닐 따름이며 많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사는 2024년 대한민국은 노동 가치를 꽤나 인정하지 않는 편입니다. 직접 매출계약을 따내는 영업대표가 아닌 이상 업계 평균이라는 기준은 어지간해서는 벗어나기가 힘든 풍조입니다. 권문현 씨가 유명세를 빌미로 연봉을 수 억원이나 요구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꼰대가 되지 않는 법을 생각해 두는 성품을 감안해서는, 업계 기준으로 상당히 높은 연봉을 받으며 후배로부터 존경 받는 롤 모델이겠다 싶습니다. 연봉 협상이라는 제도는 흔합니다만, 인간 CRM과 인간 CRM 꿈나무의 성과와 기여와 잠재성을 가늠하여 납득할 만한 연봉을 제시하는 경영진이 얼마나 될까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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