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는 친절해야 합니다. User Experience(UX)를 아울러서는 상품 역시 친절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느 만큼 친절해야 할까요? 모범답안 중 하나는 '서비스가 지속가능하다는 전제를 충족할 정도로만 친절해야 한다.'입니다. 다시 말해, 고객 혹은 사용자를 배려하다가 서비스를 망쳐서는 안됩니다.
막차 시간 즈음에 구로 전철역에 갔다가 흥미로운 안내판을 보았습니다. 구로역은 인천과 수원 방면 갈림길에 있습니다. 때문에 아래 그림처럼 서울행 노선이 1홈(수원 쪽)과 2홈(인천 쪽)으로 나뉘었습니다. 저 전광판은 두 노선 중 전철이 오는 홈으로 선택하여 내려갈 수 있게 안내해 줍니다. 이런 안내가 없다면 승객은 도박하듯 홈을 선택했다가 틀리면 열차가 오는 홈으로 부리나케 뛰거나 투덜거리며 체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 전광판이 생기기 전에는 홈에 내려가지 않은 채 통로에 있는 창문을 통해 두 홈을 모두 살피며 어느 쪽에서 열차가 오는지 하염 없이 쳐다 보고 있었을 겁니다.
저런 노선 환경은 한국에서 구로역만 있지는 않습니다. 어느 역에선가 사람들이 스마트폰 앱을 보며 어느 플랫폼으로 열차가 오는지 살피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인데 그 역은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기에 승객들이 자구책을 마련한 사례였습니다.
구로역과 그 역은 무슨 차이가 있길래 서비스에서 수준 차이가 났을까요? 만성 적자라는 전철 사업인데, 서비스 향상이라고는 하지만 비용을 감내해야 할까요? 가치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판단기준을 세울 철학이 필요합니다. 기업같은 조직으로 치면 vision이라고 할 만합니다.
서울메트로는 대중교통이라는 인프라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하는 정부로부터 손실을 보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반 기업은 자원을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 고민하는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내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유익한 서비스가 지속 가능하려면 버려야 할 요소가 분명히 있겠습니다. 어느 정도 여력을 만들기 전까지는 냉철하게 선택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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